[ 김정은 기자 ] 국내 2위 페인트 제조업체인 삼화페인트공업의 경영권 분쟁이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삼화페인트공업은 18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순옥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상장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공시했다. 박씨는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고(故) 윤희중 회장의 며느리이자 고 윤석영 사장의 부인이다.
사건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산은캐피탈과 신한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현 경영진인 김장연 사장 측은 발행 당일 BW에 포함된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산은캐피탈 등으로부터 인수했다. 현재 김 사장 측 지분율은 30.34%로 윤 사장 측(27%)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워런트를 행사하면 36.1%로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BW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김 사장 측이 회사를 독식하려 한다고 보고, 작년 6월 삼화페인트가 발행한 BW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안산지원은 지난 4월 판결에서 “삼화페인트공업의 사채 발행은 원고 등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에 대해 삼화페인트공업은 곧장 항소했고, 박씨는 이를 기초로 BW 발행 및 상장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해 4월19일 삼화페인트공업이 발행한 ‘제15회 분리형 BW’에 대한 발행무효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신주인수권증권을 발행하거나 상장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삼화페인트는 1946년 설립됐다. 일본 관서페인트에서 일하던 김복규 회장과 일본 도쿄대 법대를 졸업한 윤희중 회장이 동화산업(삼화페인트의 전신)을 공동 창업했다. 2003년 두 집안이 아들(김장연 사장, 고 윤석영 사장)에게 경영권을 각각 물려주면서 ‘2세 동업경영 시대’로 순탄하게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윤 사장이 2008년 지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사장 혼자 회사를 이끌게 됐고, 고 윤 사장 측은 경영에서 소외되자 소송까지 제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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