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총장 인터뷰⑧] 신승호 강원대 총장 "서울수도권·강원 잇는 허브대학 되겠다" … "통일 준비 선도할 것"

입력 2014-08-19 13:59   수정 2014-09-15 13:51

임기 동안 49개 학과→22개 전공 '학문단위 대형화' 파격실험
'국립대 첫 공모제 총장' … "특성화, 국·사립大 역할분담부터"
"지역대학 살리기 지역이 나서야" … '道-대학간 협의회' 출범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제일 어려운 것이 변화고, 정말로 해야 하는 것이 변화이며, 하면 가장 좋은 것이 변화입니다. 구성원들의 의식과 체질을 변화시켜 강원대를 서울 수도권과 강원 지역을 잇는 ‘허브(HUB)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신승호 강원대 총장(58·사진)은 전국 국립대 최초의 ‘공모제 총장’이다. 신 총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수장이 된 만큼 대학의 틀을 바꾸는 데 앞장서왔다. 국립대로선 파격적 행보도 눈에 띈다.

그는 임기 동안 49개 학과를 22개 전공으로 묶어내는 ‘학문단위 대형화 사업’을 진행중이다. 유사 학과를 통합하는 대규모 학사구조 개편으로 학교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신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학과 조직의 유연성 부족” 이라며 “학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보다 큰 단위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특성화 및 구조조정 문제 역시 정확한 진단과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부터 시작해 각각의 정체성에 맞춰 변화하도록 돕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학생 정원을 줄이고 집중 투자를 합니다. 국내 명문대들은 글로벌화를 외치면서도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요. 미국의 경우 사립대 대신 주립대가 많은 학생들을 받으며 사회적 책무를 이행합니다.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역할 분담을 잘하도록 해야 합니다.”

신 총장은 “현재 강원도 지역 전체 고교 졸업생 수가 도내 대학들의 입학정원보다 1만여 명이나 부족한 상황” 이라며 “이미 생존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지역거점 국립대란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역대학 살리기에 지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그를 14일 녹음이 우거진 춘천의 강원대 캠퍼스 총장실에서 만났다.

- 임기가 절반을 지났습니다. 대학 경영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국립대로서 우리가 어떤 점이 부족하고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총장 취임 후 제 화두는 ‘체질 변화’였습니다. 학과 조직의 유연성 부족이 우리 대학들의 가장 큰 어려움 같아요. 학과 기득권을 어떻게든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원대만 해도 학과가 130개 정도 되는데 이렇게 세분화되면 융합·통섭 트렌드에선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 평교수 때와 관점이 달라지죠.

“평교수 땐 실험실에서 연구하면서 학교 정책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웃음) 총장이 돼 대학을 운영해 보니 참 쉽지 않아요. ‘제일 어려운 것이 변화고, 진짜로 해야 하는 게 변화고, 하면 가장 좋은 것이 변화’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대학 체질을 바꾸는 게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되니까요.”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펴고 있습니까.

“학문 단위 대형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단순히 학과를 크게 만드는 것보다 생각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교수들이 작은 단위에 있지 말고 큰 단위에 가서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자는 취지입니다. 추진하다 보니 새삼 의식과 체질을 바꾸는 게 어렵다는 걸 절감합니다. (웃음)”

- 기업도 변화와 혁신이 어렵지만 대학은 더 힘든 듯합니다.

“아무래도 대학이 보수적인 측면이 있죠.”

- 취임 후 학과를 많이 줄이고 있다고요.

“대형화 사업의 골자는 제 임기 동안 49개 학과를 22곳으로 줄이는 겁니다. 국립대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처음일 거예요. 이전의 학부제 변화는 몇몇 학과가 모여 신입생을 함께 뽑는 수준이지요. 이번엔 교수들이 연구·강의를 같이 하는 실질적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새 시스템을 마련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죠.”

- 학생들이 전공이나 문·이과 구분 없이 입학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우리 학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학과 소속 없이 입학하면 불안해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공은 갖고 입학하되 손쉽게 전과를 할 수 있도록 했죠. 한 학년을 마치고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자유롭게 전공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했어요.”

- 최근 여러 대학들의 변화 노력이 눈에 띕니다.

“새로운 실험을 많이 하고 있죠. 중앙대 같은 경우 두산그룹이 재단으로 들어오면서 전체 학생들에게 회계학을 가르친다고 했잖아요.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고 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입니다. 대학에 자꾸 특성화 하라고 하는데, 사실 제일 큰 특성화 요소가 국립대·사립대예요.

국립대가 사립대와 똑같이 경쟁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컨대 사립대는 기초학문을 폐지하고 실용학문 위주로 가더라도, 국립대는 그렇게 할 순 없어요. 경쟁 자체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전체 대학 중 국·사립대 비중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으면 합니다.”

- 국·사립대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선 곤란하다는 것이군요.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국립대는 과학기술원이에요. 일반 국립대는 샌드위치처럼 됐다고 할까요. 이렇게 애매한 상황이 되면 방향 설정이 어려워요. 국립대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국립대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가 자꾸 흔들면 곤란해요. 성과연봉제 같이 강제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혼란스러워집니다.”

- 국립대가 상대적으로 변화에 덜 민감한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예전처럼 ‘국립대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금 강원도 고3 졸업생이 1만5000명 정도 됩니다. 강원도 소재 대학들 입학정원이 2만5000명 수준이거든요. 벌써 1만 명이 부족한 거죠. 교수들도 위기의식을 느끼라는 차원에서 이 수치를 강조합니다. 국립대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과 별개로 대학이 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족한 정원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채우고 있어 위기는 이미 눈앞에 와 있어요. 이걸 환경이나 여건을 탓하거나 남에 의해 변화돼선 근본적 체질을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내걸었던 첫 번째 공약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자는 것이었죠. 임기 4년간 큰 틀과 기초 체질을 바꾸는 것, 이것만 구성원들에게 확실히 뿌리내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입생 중 지역과 서울권 학생 비중은 어떻게 됩니까.

“6 대 4 정도로 수도권 등 외지 학생들 비중이 큽니다. 예전엔 강원 지역 학생들이 7 대 3 수준으로 많았어요. 요즘 교통 사정이 좋아지고 학문 분야에 따라 선택하다 보니 외지 학생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

- 기숙사 규모도 꽤 큰 것 같습니다.

“3개(춘천·삼척·도계) 캠퍼스 기숙사가 총 7500명을 수용할 수 있어요.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입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이들 학생에게 우선권이 있죠. 아침에 남춘천역 가보면 통학하는 학생만 1000명은 돼요. 춘천시에 셔틀버스도 우선 배려해 달라고 얘기합니다. (웃음)”

- 이공계 비중이 큰데요. 캠퍼스별 특화 방안은 마련하고 있나요.

“강원대는 원래 농과대학에서 시작했고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같은 곳부터 생겨나 이공계 비중이 큽니다. 2006년 대학 간 통합으로 생긴 삼척캠퍼스도 50%가 공대였습니다. 삼척캠퍼스는 공학계열, 특히 에너지 중심으로 특화할 생각입니다.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한 도계캠퍼스는 보건계열로 특화 방향을 정했어요. 간호학과를 비롯한 보건계열 전공들은 수도권 학생도 많이 입학하고 취업도 잘 되는 편이라 경쟁력이 있습니다.”

- 국립대 첫 공모제 총장입니다.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점은.

“기존 선출방식은 주로 교수들만 참여했죠. 다양한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참여하게 된 것은 공모제 장점입니다. 다만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이 어렵더군요. 추첨식으로 하자니 대표성 문제가 있었고, 총추위에 참여하는 교수 대표를 뽑자니 직선 요소가 있다며 정부가 반대했죠. 과도기를 지나면 자연히 제도가 성숙될 겁니다.”

- 서울대 총장선출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사회 결정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선출방식과 달랐다고 해도 법적·제도적으로 선임 권한을 갖고 있으면 대표성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런 문화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사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대표성 확보 방안이 강구돼야겠죠. 세부적인 총추위 구성 방법 등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 화제를 바꿔볼게요. 강원대를 대표할 학문 분야나 브랜드가 있다면.

“지역거점 종합대학은 입장이 약간 달라요. 강원대는 한 해 들어오는 학생만 5000명 가량 됩니다. 삼척캠퍼스와 도계캠퍼스는 특성화 방향을 잡았지만 춘천캠퍼스는 말 그대로 ‘백화점’이죠. 단과대만 16개입니다. 특정 분야를 키우는 게 적절한 방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역특화산업이 바이오·의료융합 쪽이니 이 분야와 연계한 특화 노력은 가져갈 생각입니다.”

- 기초학문까지 폭넓게 육성한다는 거군요.

“엄밀히 말하면 정부 의지에 달렸습니다. 개별 대학이 기초학문 분야를 자체 육성할 정도의 역량은 안 돼요. ‘보호’ 수준에 머무르겠죠. 다행히 대통령께서 최근 인성교육을 강조했습니다.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 진흥이 좀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도, 최근 연이어 터지는 군대 내 사건들도 결국 인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 지역거점대학의 역할과도 연결된 사안인 듯합니다.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대학의 기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지역의 핵심거점인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 자체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이젠 어떤 지역이 그 대학을 유지·발전시키고 싶다면 지역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국립대라 해서 지역이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죠.

아이비리그 대학을 보면 학생들 정원은 줄이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어요. 국내 명문대들도 글로벌 경쟁을 하려면 그렇게 가야죠. 미국의 경우도 주립대가 대신 학생들을 많이 받아요. 이런 부분을 감안해 정부가 미션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무조건 경쟁시켜 대학을 문 닫게 하기보단큰 밑그림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 강원도와 춘천시는 많이 지원해 줍니까.

“네, 저도 그간 많이 주장했더니 강원도가 도내 대학들과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역과 대학은 공동운명체예요. 대학을 살려야 지역이 살고, 대학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강원도 대학발전협의회’가 곧 출범합니다. 지역과 대학의 협력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지역과 대학이 협력하는 구체적 방안은.

“학생들을 학교 안에 머물지 않고 캠퍼스 밖으로 나가 적극 활동하도록 하고 있어요. 대학이 지역에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서비스가 지역 문화를 바꾸고 일으키는 겁니다. 강원대 후문을 서울의 홍대 앞처럼 문화의 거리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에요. 공연장을 마련하고 학교 안에서 하던 축제를 밖에 나가서 했더니 학생들과 지역사회 양쪽 모두 반응이 좋습니다.”

- 이전에 비해 학생들의 만족도는 달라졌는지요.

“1970~1980년대 지역국립대 시절 위상만은 못합니다. 그땐 서울대에 못 가면 두 번째로 고민하던 곳이 지역 국립대였으니까요. 요즘은 워낙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하지만 막상 학교에 온 학생들은 만족도가 높습니다. 웬만한 서울의 대학보다 수준 설비 규모 면에서 좋습니다. 경춘선 전철이 연결되면서 체감상 거리도 가까워져서 기대치보다 훨씬 좋다고 판단하는 거죠.”


- 확실히 인접성이 좋아진 효과가 있겠습니다.

“그렇죠. 강원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허브 대학’으로 발전할 최적 조건을 갖췄습니다. 우리가 잘 변화한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고 생각합니다.”

- 허브 대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요.

“춘천캠퍼스 같은 경우 강원 지역뿐 아니라 경기도 구리나 남양주 학생들도 강원대 진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 이름은 지역명을 넣은 강원대지만 강원도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허브로 양쪽 지역 교류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또는 수도권 변방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양쪽의 기능을 함께 하겠다는 거죠.”

- 학생들 취업을 위해 학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있나요.

“장·단기 두 가지 트랙으로 하고 있어요. 졸업반 학생들 대상인 단기 트랙은 진로상담이나 취업컨설팅을 강조합니다. 아예 지난해 취업 전담부서를 하나 만들었죠. 장기 트랙은 1학년 때부터 취업 관련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취업 관련 정보를 얻고 연습할 수 있는 과목을 교육과정 안에 여럿 개설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높아요.”

- 사실 지역거점국립대, 특히 이공계는 대기업 취업도 잘 되는 편이잖습니까.

“물론 우리 학교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업들과 취업 트랙이 개설돼 있어요. 그러나 너무 대기업 취업을 강조할 필요는 없죠. 핵심은 학생들이 ‘나한테 맞는 기업’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강원대는 좋은 솔루션(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어요. 이름값보다 실익이 큰 대학이라고 자부합니다.”

- 실제로 학생들 취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강원 지역의 영향인지 몰라도 우리 졸업생들은 인성이나 성품이 좋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는 평이에요. 단점이라면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건데, 이 부분도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조벽 동국대 교수가 교수학습법 관련 강의를 하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1600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도 떠는 학생이 없더군요. 제가 기대한 이상으로 학생들이 잘해줘 흐뭇했습니다. 기초부터 닦아야 취업이 잘되는 것이지, 단기적으로 취업 시즌 임박해 회사를 연결해주는 식은 답이 아닙니다.”

- 취업률 같은 지표만 강조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군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고용 구조에서 취업률이 높아질 수 있나요. 지역적으로도 강원 쪽은 일자리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너무 지표만 갖고 압박하면 학생들에게 하향 지원을 종용해 질 낮은 일자리를 얻게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취업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측면이 있거든요. 앞으로 정부도 취업률만 따지는 방식은 바꿔나갈 것 같습니다.”

- 지역과 연계하는 창업도 구상 중으로 압니다.

“최근 학교 인근에 9만9000㎡(3만 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어요. 거기에 대학과 지역, 기업이 함께 하는 사이언스 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우리 대학이 기술이전 분야 전국 10위권 정도 됩니다. 창업보육센터에도 70여 개 기업이 들어와 있죠. 산학협력이 강점인 만큼 창업생태계 개념의 복합기능단지로 조성하려고 해요. 그래야 대학의 인력이 기업에 가기도 쉽고요.”

- 최근 지방대 특성화사업 선정에서 혜택을 못 봤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대구·경북과 강원 지역을 함께 묶어 권역별 평가를 했습니다. 지역전략분야 사업 3개가 모두 대구·경북 쪽만 선정됐어요. 경쟁 자체는 필요하지만 대학과 지역의 연계산업을 이런 식으로 선정하면 안 돼요. 여건이 좋은 지역이 다 가져가면 강원권은 죽으란 얘기입니까. 교육부에도 강하게 문제 제기했습니다. 정부도 그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앞으로 사업 선정에서 감안할 것으로 봅니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안정적으로 하지 않고 지나치게 그때그때 선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총장 임기가 4년인데 그 기간 동안 단기 성과, 예컨대 사업 선정 성과에 목매달면서 일희일비할 건 아니죠. 그런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좀 더 ‘롱런’ 할 수 있는 큰 틀에서의 체질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 장기적 성과라 하면 어떤 점을 주문하고 있습니까.

“지난 2년 동안 틀의 변화가 많았습니다. 우선 학과 변화, 학생들의 학과 선택권 부여 등이 있고요. 또 교수들을 리스트 업 할 때도 예전엔 대학에 온 순서대로 했는데 지금은 가나다순으로 바꿨죠.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큰 변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내적인 변화,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정착시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

- 학교의 장기적 체질 변화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흉내만 내는 형식적 변화에 그치면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경쟁력 있는 체질을 갖추고 문화로 정착되면 그 다음부터는 얼마든지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보면 힘만 들이고 도루묵이 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이 부분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 정부의 대학평가 방식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종 재정지원사업, 여건 나쁜 대학을 정리하는 차원의 재정지원 제한대학(하위 15% 부실대학) 평가, 여기에 대학들을 1~5단계로 나눠 구조개혁 평가하겠다는 것인데요. 각각 기능적으로는 필요한 부분이 있죠.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 수험생들에게 강원대의 비전 소개와 자랑 좀 해주시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통일한국’으로 잡고 있습니다. 강원대가 국립대 중 가장 북쪽에 있고, 강원도는 전국 도 가운데 유일한 ‘분단 도’이기도 합니다. 통일을 준비해야 할 당위성이 있어요. 관련 교과목을 이미 반영하고 있고, 본격적 발전방안을 세울 겁니다.

수도권의 장점과 지역의 정서, 문화를 볼 수 있는 접점을 고루 갖췄다는 게 강원대의 강점입니다. 서울권 대학만 고집하지 않고 약간만 마인드만 바꾸면 비용 대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원대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고 기본에 충실한 대학이고, 전공 변화 기회도 열려있습니다. 수험생들에게 강원대 진학을 자신있게 권합니다.”

◆ 신승호 총장은…

원주고와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기획협력처장, 기획부처장, 기초과학연구소장 등의 학내 보직을 지냈다. 강원도 지역혁신위원회 위원, 한국대학평가원 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8월 강원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전국 국립대 첫 공모제 총장이 됐다.

춘천=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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