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신임 회장에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기존 후보 다 빼고 '제3의 인물' 추대
4파전 과정서 업종별 갈등 심화…최병오 회장 "훌륭한 분…결과 수용"
섬산聯 한해 수입만 230억원…면방·화섬·패션업계 화합이 과제
[ 민지혜 기자 ]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67·사진)이 19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 임시총회에서 제13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성 회장은 회사 일을 제외한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은둔자’로 유명한 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섬산련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회장이 되겠다는 섬유 기업인’이 너무 많아서였다. 다른 경제단체들과는 달리 섬산련은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된 노희찬 회장(삼일방직 회장) 후임 자리를 놓고 4명의 후보가 나섰다. 섬산련은 후보들 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자 회장 선출을 6개월 연기했다. 이후 업종별 세(勢)대결로 치닫자 섬산련 회장 추대위원회는 기존 후보들을 다 제쳐놓고 성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만장일치 추대’로 갈등 봉합
면방·화섬 등 전통적인 섬유업계와 패션업계는 섬산련 회장 자리를 놓고 지난 9개월 동안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면방과 화섬 업계에서는 박상태 성안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었고, 패션업계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을 내세웠다. 특히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의류산업협회는 “지난 37년 동안 면방과 화섬 분야에서 회장직을 거의 맡았기 때문에 이제는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원단에서 완제품 수출까지 섬유업계 전반을 잘 아는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과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을 지지하는 섬유인도 많았다.
섬산련은 지난해 12월 추대위원회(5명)를 구성, 만장일치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4명의 후보를 놓고 이견이 많아 6개월 연기했다. 새로 구성한 추대위원회는 이달 초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제3의 인물’인 성 회장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날 임시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은둔자’ 성기학 회장 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통상에서 근무하다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한 성 회장은 1년 중 절반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온 기업인이다. 지난 40년 동안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굵직한 30여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도 개척했다. 섬유업계 불황 속에서도 흑자경영을 이어와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도 외부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영원무역 측의 그동안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섬산련 회장직을 맡기로 결정한 것은 “차기 회장은 섬유패션업계 내부 화합을 이끌고 수출 확대를 지원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노 회장과 경세호 전 회장(가희 회장)의 오랜 설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력한 후보였던 최 회장은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성 회장이)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선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공개 발언을 했다.
○섬산련은 거물 배출한 경제단체
섬산련은 산하에 화섬협회, 섬유직물수출입조합, 의류산업협회 등 31개 섬유·패션 단체를 회원사로 둔 거대 경제단체다.
역대 회장의 면면을 보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고(故) 박용학 대농 회장(2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3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4대), 고 김각중 경방 회장(5대), 장치혁 전 고려합섬 회장(6대) 등 굵직한 대기업 총수가 회장을 맡았다. 이후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섬유산업 비중이 떨어지고 의류, 면방, 화섬업계 대표들이 번갈아 회장직을 맡는 식으로 바뀌면서 섬산련 회장의 위상도 약화되긴 했지만 대통령 해외순방사절단에 들어가고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여전히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섬산련의 한 해 수입은 건물 임대료(163억원)와 정부 지원금(약 41억원), 회원사 회비, 사업수입을 포함해 230여억원에 달한다.
성 회장은 이날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먹여살렸던 섬유산업이 정책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그동안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섬유패션업계가 잠재력을 발휘해 세계에 진출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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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산聯 한해 수입만 230억원…면방·화섬·패션업계 화합이 과제
[ 민지혜 기자 ]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67·사진)이 19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 임시총회에서 제13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성 회장은 회사 일을 제외한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은둔자’로 유명한 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섬산련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회장이 되겠다는 섬유 기업인’이 너무 많아서였다. 다른 경제단체들과는 달리 섬산련은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된 노희찬 회장(삼일방직 회장) 후임 자리를 놓고 4명의 후보가 나섰다. 섬산련은 후보들 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자 회장 선출을 6개월 연기했다. 이후 업종별 세(勢)대결로 치닫자 섬산련 회장 추대위원회는 기존 후보들을 다 제쳐놓고 성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만장일치 추대’로 갈등 봉합
면방·화섬 등 전통적인 섬유업계와 패션업계는 섬산련 회장 자리를 놓고 지난 9개월 동안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면방과 화섬 업계에서는 박상태 성안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었고, 패션업계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을 내세웠다. 특히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의류산업협회는 “지난 37년 동안 면방과 화섬 분야에서 회장직을 거의 맡았기 때문에 이제는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원단에서 완제품 수출까지 섬유업계 전반을 잘 아는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과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을 지지하는 섬유인도 많았다.
섬산련은 지난해 12월 추대위원회(5명)를 구성, 만장일치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4명의 후보를 놓고 이견이 많아 6개월 연기했다. 새로 구성한 추대위원회는 이달 초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제3의 인물’인 성 회장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날 임시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은둔자’ 성기학 회장 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통상에서 근무하다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한 성 회장은 1년 중 절반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온 기업인이다. 지난 40년 동안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굵직한 30여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도 개척했다. 섬유업계 불황 속에서도 흑자경영을 이어와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도 외부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영원무역 측의 그동안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섬산련 회장직을 맡기로 결정한 것은 “차기 회장은 섬유패션업계 내부 화합을 이끌고 수출 확대를 지원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노 회장과 경세호 전 회장(가희 회장)의 오랜 설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력한 후보였던 최 회장은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성 회장이)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선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공개 발언을 했다.
○섬산련은 거물 배출한 경제단체
섬산련은 산하에 화섬협회, 섬유직물수출입조합, 의류산업협회 등 31개 섬유·패션 단체를 회원사로 둔 거대 경제단체다.
역대 회장의 면면을 보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고(故) 박용학 대농 회장(2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3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4대), 고 김각중 경방 회장(5대), 장치혁 전 고려합섬 회장(6대) 등 굵직한 대기업 총수가 회장을 맡았다. 이후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섬유산업 비중이 떨어지고 의류, 면방, 화섬업계 대표들이 번갈아 회장직을 맡는 식으로 바뀌면서 섬산련 회장의 위상도 약화되긴 했지만 대통령 해외순방사절단에 들어가고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여전히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섬산련의 한 해 수입은 건물 임대료(163억원)와 정부 지원금(약 41억원), 회원사 회비, 사업수입을 포함해 230여억원에 달한다.
성 회장은 이날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먹여살렸던 섬유산업이 정책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그동안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섬유패션업계가 잠재력을 발휘해 세계에 진출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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