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퍼주기식 CSR서 가치창출 CSV로

입력 2014-08-20 07:10  

CSR - creating shared value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공유가치창출

단순한 기부 탈피
기업 경영과 지역사회 이익 연관시키는 활동에 초점

현대자동차 캄보디아·가나서 車정비기술 교육
삼성 'SW아카데미' 소프트 인력 양성



[ 정인설 기자 ]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몇 해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 개념이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처음 주창한 이후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기업의 전통적인 사회적 책임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다양한 경영활동과 지역 사회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 이상 기업들은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구색 맞추기식 사회공헌 활동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유익한 활동을 펼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또 과거엔 임직원들이 일회성 봉사 행사를 열거나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바뀌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단순히 퍼주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의 본업과 관련된 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CSV로 일거양득

현대자동차의 ‘현대-코이카 드림센터’가 대표적 CSV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캄보디아에 드림센터를 열었다. 2012년 가나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다. 현지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정비 기술을 교육하고 창업을 도와준다.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정비 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감안한 활동이다. 드림센터가 정비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사회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현대차는 안정적으로 정비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삼성은 스마트 스쿨과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등을 통해 CSV를 구현하고 있다. 스마트 스쿨은 도서산간 지역 학교에 태블릿과 전자칠판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소외계층도 첨단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스마트 기기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선 청소년들에게 소프트웨어 정보를 제공하면서 부족한 소프트 인력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기업들은 또 지속적으로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특색 있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LG는 ‘젊은 꿈을 키우는 사랑 LG’라는 사회공헌 슬로건 아래 청소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LG는 창업 초기부터 구인회 회장의 ‘사회를 위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왔다.

SK는 일시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영속적인 접근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SK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적기업’과 ‘인재 양성을 통한 인재보국’이다. 롯데는 1980년대 초부터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커지는 기업 사회공헌 규모

기업들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 사회공헌 지출도 늘리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2000년대 초반에 연간 사회공헌 관련 지출은 1조원 정도였지만, 2011년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에 3조25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해외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 2011년 한국 기업의 매출 대비 사회공헌 금액 비중은 0.26%로 일본 기업(0.24%)보다 높다.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율(3.18%) 면에서는 일본 기업(2.73%)과 격차가 더 크다. 2011년은 일본 기업들이 대지진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예년보다 기부를 늘렸던 때다.

또 기업들은 이익 증가 속도보다 사회공헌 지출액을 더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12년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쓴 금액은 전체 세전 이익의 3.58%였다. 2011년(3.18%)보다 0.4%포인트 늘었다.

기업들은 임직원 자원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기업들의 평균 봉사활동 건수는 2004년 572건에서 2011년 2003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연평균 봉사활동 시간도 3시간에서 17시간으로 6배가량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노력을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많은 기업이 열정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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