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규제감축 시한 4개월 남았는데…16개 부처 규제철폐 '全無'

입력 2014-08-20 21:13   수정 2014-08-21 04:07

[ 김주완 기자 ]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지난달까지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등 16개 부처는 기존 규제를 한 건도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1개 부처 전체의 규제 감축 달성률도 10%를 밑돌아 저조했다.

20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17개 부처와 청 단위 14개 정부 기관 중 규제를 한 건도 감축하지 못한 곳은 미래부 고용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중소기업청 소방방재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16곳(51.6%)에 이른다.

정부는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올해 안에 기존 규제의 10%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전체 정부 등록규제 1만5227건(6월 기준) 가운데 국민의 생명, 안전 관련 필수 규제를 제외한 경제활동 규제 1만54건을 추려 이 중 10%를 감축한다는 목표였다. 이후 국무조정실은 경제활동 규제의 9.55%인 961건을 줄이기로 하고 각 부처와 감축 할당량도 합의했다.

하지만 7개 부처와 9개 청(위원회 포함)은 감축 실적이 지난달까지 ‘0’이다. 올해 할당된 규제 감축량이 49건으로 상위에 속하는 미래부의 감축률은 0%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의 감축 할당 건수는 각각 140건, 103건에 이르지만 한 건과 두 건을 폐지하는 데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전자무역 전문서비스업자 등록제도 폐지, 전시회 인증제도 폐지 등을 약속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통일부(할당 1건)와 절반을 줄인 농촌진흥청(2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처의 감축률도 50%를 밑돈다. 국토교통부 31.5%, 관세청 20.0%, 특허청 14.3%, 기획재정부 11.8%, 식품의약품안전처 10.3% 등이다. 이렇다 보니 전 부처가 지난달까지 감축한 규제는 961건 중 78건으로 감축률이 8.11%에 불과했다.

국무조정실은 일정상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규제 감축의 모수가 되는 경제 관련 규제를 추려냈고, 부처 협의를 거쳐 6월이 돼서야 부처별 규제 감축 할당량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실제 감축에 들어간 기간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 목표치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부처에서는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일정대로 규제 폐지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역·투자 관련 규제만 봐도 60% 이상이 법 개정 사안이라 부처가 노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목표 달성 기간이 4개월 남았는데 감축률이 10%에도 미치지 않은 것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박 근혜 대통령이 당초 이날 예정했던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연기한 것은 부처의 규제 폐지 노력이 부족해 질타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운 목표”라고 비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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