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보고 표 줬는데…꼭 이행" vs "재원 감안해 옥석가리기 필요"

입력 2014-08-20 21:17   수정 2014-08-21 04:02

시·도지사 공약 무더기 표류

지자체장 당선 핵심 공약
무더기 무산·보류 가능성



[ 강경민 기자 ] 민선 6기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계획 확정이 늦어지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선거 공약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원을 감안해 공약을 선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들은 지방선거 직후 실무 추진단을 꾸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초선 광역 자치단체장일수록 공약 확정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각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약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족이다. 충북도는 이시종 지사의 핵심 공약인 대청호 생태습지 조성이 국토교통부의 예산 지원 거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야생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옥천 일대 대청호 수변구역에 가뭄이 들어도 물이 빠지지 않도록 해 67만9500㎡의 생태습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292억원이다. 전북도는 송하진 지사의 핵심 공약인 전주권·새만금권 순환교통체계 구축, 전북권 탄소산업 육성을 비롯한 8건에 대해 외부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최대 수조원의 예산이 드는 만큼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공약 사업성을 미리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도 공약 세부 계획을 수립하면서 현실성 없는 다수의 공약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각 지자체의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사회 여론을 감안하면 선뜻 공약을 백지화하겠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이라 할지라도 재원을 감안해 공약을 선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의 속성상 정치인들은 당선되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게 마련”이라며 “지자체장들이 선거 때마다 내놓은 현실성 없는 개발사업으로 지방재정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지자체들이 지역 특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역점 사업을 지자체별로 선별해 차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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