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故황유미씨 산재 2심도 인정…삼성 "판결 존중"

고 황유미씨 및 이숙영씨 서울고법 산재 인정…나머지 3명 신청 기각
"반도체 공장 유해물질, 발병 연관성 추단 가능" 판결
반올림 "삼성전자 모든 피해자 보상" 성명…삼성 "협상 통해 조족히 문제 해결"



[ 김민성 기자 ] 고등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 고 황유미씨와 이숙영씨에 대한 산업재해를 받아들였다.

2011년 황씨 사망원인이 반도체 공장 근로환경과 관련이 있다며 산업재해를 첫 인정한지 3년 만에 나온 상급심 판결이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1심 판결(2010구합1149)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21일 서울고법 행정9부(이종석 부장판사)는 황씨와 이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1누23995)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황씨 및 이씨와 함께 인정 소송을 낸 고 황민웅씨 유족과 투병 중인 김은경, 송창호씨등 3명에 대한 산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와 황씨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특정 유해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을 개연성 있다는 점을 다시 인정했다. 재판부는 "황씨 및 이씨는 반도체 사업장 내 벤젠과 전리 방사선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발병 경로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업무와 백혈병 발병 사이 연관성을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피해자들이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쉬운 사건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2007년 3월 사망(당시 23세)했다.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던 이씨도 2006년 8월 투병 끝에 30세 나이에 숨졌다. 황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현재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인권단체 반올림의 교섭단장을 맡고 있다.

재판부는 황민웅씨 유족 및 김은경씨, 송창호씨에 대한 산재신청을 기각한데 데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백혈병 발병의 원인으로 보이는 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항소심 판결 직후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는 산업재해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하라, 근로복지공단도 1심에 이어 2심에서의 산재인정 판결을 즉각 수용하라"는 성명을 냈다.

반올림 측은 "유족의 오랜 고통에 대해 삼성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삼성전자는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승소한 당사자들 뿐 아니라 모든 피해자에 대하여 합당한 사과와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회사는 이미 아픔을 겪는 가족에 대한 사과 및 보상, 예방노력을 약속한만큼 협상을 통해 조족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피고인 근로복지공단 측 항소심의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하다 이를 철회한 바 았다. 항소심 판결에 따라 반올림 협상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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