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차오 지음 / 홍승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40쪽 / 1만5000원
[ 김태완 기자 ]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이 줄지 않으면 뱅크런(은행 예금 인출 사태)이 일어날 수 있다.”(메릴린치)
“중국 경제의 뇌관은 그림자 금융이 될 것이다.”(피치)
2010년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이 제기한 ‘중국 경제 위기론’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그림자 금융’이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의 정규 대출을 제외한 금융 활동을 말한다. 소액대출회사, 전당포, 개인 및 기업의 대출은 물론 신탁회사의 자산관리 상품, 증권회사의 투자상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국에서는 그림자 금융 규모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JP모간체이스는 2012년 말 현재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를 200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36조위안(약 6000조원)으로 추정했다.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급속히 규모를 키워온 그림자 금융이 부실화되면 제도권 금융시장마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구 언론들도 이런 월가의 논리를 그동안 저주에 가깝게 반복했다. 이런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중국의 거짓말》 저자인 장화차오는 그림자 금융이 정규 은행 대출보다 위험성이 낮다는 S&P의 주장에 동의한다. 또한 중국 내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서구보다 훨씬 작다며 서구의 주장은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HSBC,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명성을 쌓은 애널리스트다. 그런데 2011년 여름 돌연 ‘홍콩의 투자은행가’라는 화려한 자리를 버리고 시골의 소액대출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 시장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중국의 소액대출 시장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봤고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야심을 가졌다. 불과 1년2개월 만에 그 꿈을 접고 투자은행업계로 복귀했다.
이 책은 이 기간 그의 그림자 금융 체험기다. 뉴스를 통해 피상적으로 들어온 중국 그림자 금융 업계의 운영 상황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다소 난해한 금융의 이면에서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가 소액대출 업계에서 좌절한 것은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었다. 그림자 금융은 ‘질병’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한다. 오히려 중국의 금융을 멍들게 하는 것은 그가 ‘금융 억압’이라고 표현하는 과도한 규제였다.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가 과잉 대출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중국은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는 나라다. 2000~2012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8%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은행대출 잔액은 매년 16.6% 늘었고 통화량도 매년 17.7% 증가했다. 결국 성장의 기반은 부채였고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이를 조장했다. 그림자 금융과 부동산 거품도 결국 저금리의 산물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인민은행이 앞으로 3~5년간 예금 금리를 꾸준히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통화증가율이 떨어지고 대출도 진정될 수 있다는 것. 비록 한계기업의 파산과 실업률 상승이 우려되지만 중국 경제는 이를 감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그건 끔찍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위기는 세 가지 방식으로 터져 나온다고 말한다. 사회 불안 확산, 주택시장 거품 붕괴, 중국의 불황을 동반한 세계 경기 침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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