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지금] '총성없는 예산전쟁' 가열…"줄을 서시오"

입력 2014-08-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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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 1시30분~2시 국회의원·부처 간부 등
예산실 복도서 장사진…"예산 한푼이라도 더" 읍소

"요청하는 사람은 만나지만 심사결과는 장담 못해"



[ 조진형/고은이 기자 ]
21일 오후 1시30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3층에 자리잡은 예산실 복도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송언석 예산실장과 박춘섭 예산총괄심의관 등 주요 국장을 만나기 위해 방마다 수십명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타부처 고위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내년도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것이다. 줄이 너무 길어 설 자리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은 예산실 실·국장 비서에게 명함을 맡겨 놓고 대기실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면담 순서가 돌아왔을 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2분. 국회의원들도 길어야 3분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벌어지는 ‘예산 전쟁’의 한 장면이다. 예산실장 방 앞에서 줄을 선 정부 부처의 한 1급 간부는 “내년에 추진하려는 정책 중에 반드시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 있어 찾아왔다”며 “너무 사람이 많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 실·국장들 책상 앞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사업 자료들을 보면 ‘과연 이 많은 자료를 제대로 읽을 겨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예산실이 방을 개방하는 시간은 공식적으로 오후 1시30분에서 2시까지 딱 30분이다. 사전 약속은 받지 않는다. 개별 사업들을 하나하나 심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거의 하루종일 각종 심사 회의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을 위해 공식 방문 시간을 정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헛걸음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없다. 찾아온 사람은 무조건 만난다는 것이 예산실의 원칙이다. 예산실의 한 국장은 “결과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일단 얘기는 다 들어 둔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며 “짧은 시간에 악수만 하고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아 민망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심사 일정이 더 촉박하다. 2015년 예산은 국가재정법 개정에 따라 예년보다 예산편성 일정이 열흘가량 앞당겨져 내달 23일까지 국회에 정부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 내부적으로 내달 중순까지는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데드라인’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355조원에서 적잖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확장적인 예산을 짤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각 부처의 내년 예산·기금 총지출 요구 규모는 377조원에 이른다. 올해 예산안 대비 21조2000억원(6.0%) 증가했다. 기재부의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 3.5%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예산실 관계자는 “올해는 해당 부처가 지출 절감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신규 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예산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세종=조진형/고은이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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