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재계 활동
[ 정인설 기자 ]
“통일 준비 활동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72)이 11년 만에 재계 활동을 재개했다. 정부가 지난 7일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한 데 맞춰 민간 차원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만든 통일경제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전경련은 21일 손 명예회장을 초대 통일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1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2003년 10월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11년 만에 전경련 활동을 재개하는 만큼 손 명예회장의 의지는 남달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전경련 측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할 거면 다 같이 열심히 하자”고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등 9명의 자문위원에게 일일이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손 명예회장은 이날 첫 회의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한 데 일조한 기업인들이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산업화를 효과적으로 일궈내는 데 일조해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한국을 방문한 한스 헹켈 독일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동독기업에 대한 자료가 없어 통일 이후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도 북한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경제계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전·현직 관료와 기업인들이 대부분 재계 차원에서 통일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손 명예회장을 꼽았다”며 “앞으로 분기 1회 전체회의를 열고 수시로 자문위원들과 접촉해 정부 측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명예회장은 1965년 옛 선경직물에 입사해 1998년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 5대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2003년 2월 28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다가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경련 회장과 SK회장에서 모두 물러났다. 2009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직을 맡아온 것 외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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