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남미의 韓流열풍

입력 2014-08-22 20:40  

지구 반대편 브라질서 확인한 한류 열기
우리 콘텐츠가 세계 석권하는 날 왔으면

홍상표 < 한국콘텐츠진흥원장 >



학창시절 세계지도와 사회과부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수도를 누가 더 많이 외우는지 내기도 하고 어른이 되면 세계 일주 여행을 해보겠다는 꿈도 꿨다. 지구본을 보면서 우리가 있는 곳에서 수직으로 끝까지 파 내려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그곳은 브라질 남쪽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경계선 근처의 대서양이었다. 지구에서 한국 정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이 되는 셈이었다. 지구의 평균 지름이 1만2742㎞이니 이 나라들이 있는 중남미는 직선거리만 따져도 1만㎞가 넘는 먼 곳이다.

최근 이 먼 곳을 다녀왔다. 지난 13~1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코리아브랜드&한류상품박람회(KBEE 2014)’ 개최를 위해서다. 이번 행사는 K팝 공연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상영회, 온라인 게임대회, 캐릭터와 웹툰 전시 등 현지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비즈니스 수출상담회도 열려 한국 콘텐츠의 중남미 진출기회를 더욱 넓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브라질은 중남미 한류 확산의 전초기지 격이다. 경제규모 1조6000억달러의 경제대국으로 ‘중남미 통합 경제의 리더’일 뿐만 아니라 세계 6위 규모의 방송시장을 갖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비슷한 ‘텔레노벨라’의 본고장으로 중남미의 대표적인 콘텐츠 산업국이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의 중남미 진출을 강화하는 베이스캠프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24시간이 넘는 긴 비행 끝에 도착한 행사장에는 개막 전인데도 현지 K팝 팬들이 몰려와 있었다. 데뷔 5개월 차 신인 아이돌 그룹 ‘빅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개막식에서도 감동은 이어졌다. 현지인 1200여명은 개막공연으로 선보인 K팝뿐 아니라 국악 공연도 열정적으로 즐겼다. 현지인들은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게임 심지어 음식에도 관심을 보이며 좋아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비즈니스 성과로 결실을 맺었다. 국내 64개 기업이 참가한 수출상담회에서는 한국기업과 현지기업의 양해각서(MOU) 교환이나 계약 체결도 활발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미국에서 개봉해 6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레드로버의 ‘넛잡 : 땅콩 도둑들’은 중남미 지역 300여개 극장에서 개봉이 확정됐다.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 ‘그래피직스’도 아르헨티나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스트로로랩’과 함께 아르헨티나 국영 어린이채널에서 방영할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어렸을 때 세계지도와 지구본을 보면서 세계 일주의 꿈을 꿨다면, 이제는 또 다른 꿈을 가져본다. 세계지도에 한국 콘텐츠가 진출한 곳을 촘촘하게 표시하는 꿈이 그것이다.

홍상표 < 한국콘텐츠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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