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근두근 내 인생’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입력 2014-08-23 07:50  


[최송희 기자] 철부지 부모와 일찍 철이 든 아들. 웃는 눈이 꼭 닮은 세 가족은 평범하다. 아니 평범하지 않다. 아직 젊은 부모와 너무도 일찍 늙어버린 아들 때문이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은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이(조성목)와 17살에 아이를 낳은 부부 미라(송혜교)와 대수(강동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세의 나이지만 80세의 신체를 가진 소년. 얼굴에 핀 검버섯과 손등과 목에 난 주름은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 장씨(백일섭)와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젊은 엄마, 아빠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아이. 결국 아름은 노화로 인한 병세로 입원에 이르게 된다.

미라는 큰 병원비 때문에 고교 동창인 다큐멘터리PD에게 아름이의 사연을 방송에 소개할 것을 부탁한다. 대수, 미라, 아름의 사연은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됐고 이들을 안쓰럽게 여긴 많은 이들에게 기부금을 받게 된다. 아름은 자신 때문에 하루도 일을 쉬지 못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방송에 출연을 결심했고 미라는 속깊은 아들 아름이가 기특하기만 하다.

방송 후, 아름에게 메일 한통이 날아온다. 이서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는 자신 역시 병을 앓고 있으며 같은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아름이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매번 조로증 때문에 조롱의 메일을 받았던 아름은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지만 “힘내”가 아닌 “행운을 빌어”라는 문장을 가진 여자아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80세의 신체를 가졌다 하더라도 아름은 마음은 결코 늙지 않았다. 영화는 17세 섬세한 마음을 가진 소년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런닝타임 내내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것은 인물에 대한 배려처럼 느껴진다.

아름이가 느끼는 첫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름은 서하에 대한 호감을 점차 사랑으로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보통의 17세가 되는 상상을 하고, 서하의 문장을 온 감각으로 느낀다. 소년의 첫사랑에 대한 풋풋하고 설레는 감각을 빛과 색감을 통해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또한 조숙한 아들 아름이와 철부지 부모 미라, 대수의 호흡은 영화가 가진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아들이 선물 받은 게임기를 탐내는 대수와, 17세에 아이를 낳았지만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 당찬 미라, 그리고 철부지 부모의 속까지 하나하나 살필 줄 아는 아들 아름까지. 세 가족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나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30대 젊은 부모를 소화하는 강동원, 송혜교의 연기 또한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강동원은 어수룩하면서도 인간적인 대수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냈고, 송혜교 역시 철부지 10대 연기부터 친구 같은 인상의 30대 미라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또 80대 노인의 신체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웠다는 평. 아름이를 연기한 조성목 군은 특유의 조숙하면서도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장씨와 함께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원작 소설에서 비중 있게 다루었던 가수 검정치마의 ‘안티프리즈(antifreeze)’라는 곡 대신 ‘러브 선샤인(Love Shine)’을 삽입곡으로 택했다. 이는 원작의 변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원작에 등장하는 뮤지션을 등장 시켰지만, 해당 곡이 말하는 부분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내일이면 나를 버릴 사람들 /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 내일이면 난 다시 / 바다 건너에 홀로 남을 / 그대는 괜찮나요”라는 가사를 가진 ‘러브 선샤인(Love Shine)’을 삽입해 서하와 아름의 동질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후에 다가올 사건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게 하는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검정치마의 ‘안티프리즈(antifreeze)’ 역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관통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라는 곡의 후렴구는 원작 소설을 지나 자연스럽게 영화의 메시지로 굳어진다. 아무리 절망스럽고 위태롭다고 할지라도 아름이를 비롯한 대수, 미라는 넘어지지 않고 또한 무너지지 않는다는 태도는 영화가 가장 주의 깊게 살핀 부분이기도 하다. 9월3일 개봉.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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