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弗 사나이'에 벌벌떠는 월가

입력 2014-08-24 21:40   수정 2014-08-25 05:02

美 법무부 서열 3위 토니 웨스트
골드만삭스에도 12억弗 벌금



[ 김보라 기자 ] “요즘 월가는 ‘토니 웨스트’(사진)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 법무부와 미국 역사상 최대 금액인 166억5000만달러(약 17조원)의 벌금에 합의하면서 법무부 서열 3위인 토니 웨스트 법무부 검찰차관보(49)가 주목받고 있다. 웨스트 차관보는 10여개 대형 은행과 법무부 간 벌금 협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불완전 판매한 것과 관련, BoA 이외에 JP모간과 씨티그룹으로부터 각각 130억달러와 70억달러의 벌금을 받아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개 은행과 합의한 벌금 액수에 빗대 웨스트 차관보를 ‘360억달러의 사나이’라고 지칭하면서 그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월가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날 골드만삭스에도 창사 이래 최대 벌금인 12억달러를 부과했다. 모건스탠리와도 합의금을 놓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BoA 등 벌금을 내게 된 은행들은 미국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2006년 말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를 판매했다.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져 이 상품이 부실화하면서 연관된 파생상품이 줄줄이 부도가 났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은행이 MBS를 팔면서 기초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다.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후 대형 은행에 책임을 묻기보다 다급한 경제 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둬 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주택금융청(FHFA) 등 금융 규제기관들이 은행에 벌금을 매기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FT는 지난해 중순 웨스트 차관보가 해당 업무를 맡으면서 법무부가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고 ‘버티던’ 은행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대규모 벌금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했다.

웨스트 차관보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법무부에 입사, 8년간 연방 검찰로 일했다. 두 차례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나섰다가 실패한 뒤 로펌에서 근무했다. 그가 공공부문으로 다시 돌아온 계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었다.

당시 일리노이주 상원 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을 ‘슈퍼스타’로 만든 명연설에 감명받아 오바마 선거캠프에 들어갔다. 그는 로스쿨 동문과 팀을 이뤄 2008년 대선캠페인 자금을 모으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법무부 민사 항소법원장에 임명됐고, 영국 석유회사 BP의 멕시코 걸프만 기름유출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두각을 나타냈다.

FT는 “오바마 대통령은 대형 은행을 ‘살찐 고양이’에 비유해 끊임없이 강력한 처벌과 개혁을 외쳐왔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심복인) 웨스트 차관보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상 초유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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