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추가 금리인하 논쟁…'마이너스 예금금리' 임박

입력 2014-08-24 22:47  

'추가 금리인하론'에 공감대 형성
대출금리 내리도록 '도덕적 설득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추가 금리 인하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온 국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에 통화정책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내린 만큼 의도했던 정책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시늉만 해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고집스럽다’할 정도로 지켜온 금리정상화 명분도 사라진다. 금리를 내린 이상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금리 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일이다. 8월 금융통화회의에서 한꺼번에 두 단계, 0.5%포인트 내렸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오는 9월 회의에서는 한 차례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방안에 대해 의외로 빨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가 과다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더라도 더 이상 차입할 여력이 없어 오로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의 논거다. 가계부채가 경제 현안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처분소득과 소비 간 상관관계 추정치가 ‘0.9’ 이상이라는 점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중요한 지적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돋보이는 것은 이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기부양책 역사상 처음으로 핵심 대상을 기업에서 가계로, 그것도 단순히 소득을 늘려주기보다 당장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총수요 항목별 국민소득 기여도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달한다.

이론적으로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경로’(본원통화 공급 혹은 정책금리 인하→시장금리 하락→총수요 증대→경제 성장률 제고)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때 통화정책 효과는 금리 인하에 따른 총수요 증가, 즉 탄력도에 의해 결정된다. 탄력적이면 크고(케인시안), 비탄력적이면 작다(통화론자).

금리 인하에 따른 총수요 탄력성은 경제발전 단계, 경제주체의 캐시플로, 화폐 환상 등에 의해 달라진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경제발전이 미성숙 단계인 신흥국처럼 자금수요 초과 상태에서 화폐 환상까지 있으면 ‘탄력적’으로, 그 반대의 경우는 ‘비탄력적’으로 나타난다. 개별 국가로 한정한다면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탄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 준선진국에 속한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그린스펀 독트린’처럼 실물경제만 고려하면 우리도 금리 인하에 따른 총수요 탄력도가 비탄력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이거나 특정국가도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그 정도는 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버냉키 독트린’ 등 자산시장까지 포함시킬 경우 금리 인하에 따른 총수요 직접증대 효과가 작더라도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총수요 간접증대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임금소득에 비해 자산소득은 불로소득 성격이 짙어 같은 소득이라도 쉽게 쓰기 때문이다.

온라인 급진전에 따른 네트워킹 효과로 통화정책에 있어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디지털 시대에 맞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시대에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수요층에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잃어버린 20년’이 우려될 정도로 경제가 긴박한 상황일수록 금리를 내릴 때 한 단계(normal step) 혹은 이보다 좁게(baby step) 내리는 것보다 한꺼번에 두 단계 이상(big step) 내리고, 일단 내리면 장기간 유지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융위기 직후 ‘버냉키·앨런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국처럼 시중은행의 이기주의 혹은 보신주의로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간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은 나라에서는 정책금리를 내리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도덕적 설득’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금융지도나 금융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정책금리를 내리고 손 놓고 있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

금리 인하 이외 다른 통화정책 수단도 활용해야 한다. 우리보다 운신의 폭이 좁은 다른 중앙은행들은 한동안 쓰지 않던 ‘지급준비율 수단’을 손질해 쓰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채 매도·장기채 매입)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단순히 잭슨홀 미팅 참가 여부보다 이런 흐름을 잘 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통화정책 글로벌화’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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