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내달부터 적용
[ 배석준 기자 ] A씨는 남편 B씨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이유로 이혼하기로 했다. B씨도 이혼에 동의했다. 둘 사이에 재산분할 문제와 자녀양육 문제만 남은 상황에서 합의가 안 되자 법원으로 갔다. A씨는 법원에 이혼 소장을 제출하며 “B씨가 다른 여자와 부정행위를 했고 또 다른 여자도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반발한 B씨는 10여년 전 결혼 당시 A씨의 부모가 예단 등을 적절한 수준으로 하지 않은 점, 부부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한 점 등을 들어 소장을 제출했다. 결국 재산분할과 자녀양육 문제를 해결하려다 집안싸움으로 번져 소송이 1년 이상 이어졌다.
이처럼 이혼하는 과정에서 소장에 혼인 파탄 원인을 서술형으로 적다가 심한 감정 싸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이 새로운 대책을 내놨다. 혼인 파탄 원인을 유형별 객관식으로 표시해 감정이 과잉된 언어를 막고, 친권자·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의견을 자세히 기술하도록 했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최재형)은 내달 1일부터 배우자에 대한 비방·모독이 무분별하게 기재되던 이혼 소장이 아니라 새롭게 바꾼 가사 소장 모델을 시범 도입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새 소장은 크게 원고·피고와 자녀의 신상 정보, 청구 취지, 청구 원인을 적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크게 바뀐 내용은 ‘청구 원인’이다. 결혼 파탄의 이유를 기술할 수 있던 예전 방식과 달리 제시된 유형에 ‘V’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이혼에 이르게 된 과정을 밝히도록 했다.
이혼의 계기가 된 결정적 사정을 △배우자가 아닌 자와 동거·출산 △배우자 아닌 자와 성관계 △기타 부정행위 △장기간 별거 △가출 △잦은 외박 △게임 중독 △성관계 거부 등에서 3~4개를 고르도록 하는 식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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