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유선 기자 ] 독일의 축제
맥주와 클래식 음악,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을의 독일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뮌헨, 본,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세 가지 황홀한 테마로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최고의 맥주를 보름 동안 즐겨라…옥토버페스트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주도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올해로 181회를 맞았다.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드비히와 작센의 테레사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비롯된 이 유서 깊은 축제는 오는 9월20일부터 10월5일까지 열린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700만여명의 맥주 애호가들이 이 기간에 소비하는 맥주가 약 700만ℓ, 안주로 곁들여 먹는 소시지가 140만t이나 된다고 한다. 명실상부 세계 제1의 맥주 축제라 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뮌헨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테레지엔비제광장이다. 다양한 놀이기구, 수많은 비어 가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넓은 광장을 빼곡히 메워 축제의 흥을 돋운다. 옥토버페스트는 축제를 주관하는 호스트와 양조장들이 입장하며 막을 올린다. 개막식이 열리는 동안 축제를 주관한 주최 측의 가족과 웨이트리스들은 꽃으로 장식한 마차를 타고 등장한다. 축제 텐트의 밴드들, 거대한 말들과 뮌헨 양조장들의 수레가 뒤를 따른다. 시의 상징인 ‘뮌헨의 아이(Mnchner Kindl)’가 말 등에 올라타 행렬의 선두에 서고 시장의 마차가 그 뒤를 따른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뮌헨의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뮌헨 시장이 첫 번째 맥주 통을 개봉하면서 비로소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 기간 판매하는 맥주는 뮌헨 6개의 주요 양조장에서 공급한다.
거대한 퍼레이드와 넘치는 음식들
맥주 회사들이 만든 14개의 텐트에서는 10만명이 양껏 마실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맥주를 선보인다. 축제 때만 한정 판매하는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말이 텐트지 실제로는 무려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건물이다. 텐트에 들어가려면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언제나 성황이다. 금관 밴드의 멋진 연주, 여기저기서 “프로스트(건배)!”를 외치는 사람들, 7000여석의 테이블 사이로 바삐 오가는 여종업원들의 손에는 ‘마스(Mass)’라는 1ℓ 맥주 잔이 보통 8개씩은 들려 있다.
텐트 안에서는 시원한 맥주와 음악,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반면 텐트 밖에는 어린아이와 어른들을 위한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독일식 프레즐, 소시지 요리, 통닭구이뿐 아니라 도넛과 파이 등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많은 곳은 ‘캐퍼’다. 뮌헨 최고의 음식과 음악, 최고의 분위기를 뽐내는 곳으로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부터 영화배우까지 유명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 ‘히포드롬’은 매력적인 힙스터들로 넘치고 우리에게 친숙한 ‘뢰벤브로이’와 ‘호프브로이’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암머’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여서 단란한 시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합하다.
옥토버페스트의 첫 번째 일요일에는 거대한 규모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9400여명이 참가하는 퍼레이드 행렬의 길이가 7㎞나 된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 민속 그룹, 로컬 밴드와 악단, 순수 혈통의 말들은 행렬의 하이라이트다. 축제 기간 두 번째 일요일에는 300명으로 구성된 빅밴드(오케스트라의 편성을 가진 재즈밴드)의 야외 콘서트가 열린다. 마지막 일요일에는 60명의 사수들이 밴드와 함께 작별을 고하며 웅장한 폐막식을 장식한다.
9월은 베토벤의 달, 본 베토벤 페스티벌
베토벤이 나고 자란 고장 본의 가을 공기는 그가 우리에게 남긴 명곡들의 음률로 맑고 청아해진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 본에서는 매년 가을 그를 기리는 음악축제가 열린다. 베토벤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순례 코스로 여겨지는 이번 축제는 9월6일부터 10월3일까지 진행된다. 올해의 테마는 ‘신성한 불꽃’. 베토벤이 1924년 완성한 교향곡 9번 중 환희의 송가에 나오는 구절이다.
프로그램의 구성도 다양하다. 베토벤 홀과 베토벤 하우스에서 열리는 60여회의 오페라, 심포니, 독주, 실내악 등의 메인 공연을 필두로 베토벤과 관련한 전시, 독서회, 영화 상영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했다. 오픈 리허설, 마스터 클래스, 페스티벌 스태프 체험, 어린이들만을 위한 콘서트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페스티벌에 관심이 높은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베토벤 생가에 들러 그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축제 기간에는 아름다운 불빛을 장식한 보트가 라인강변을 항해한다. 운이 좋으면 선상에서 강변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도 있다.
책 읽는 가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10월의 프랑크푸르트는 아마 천국처럼 느껴질 것이다. 15세기 초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후 ‘부흐 메세’(독일어로 ‘책 시장’이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인쇄·출판업자와 작가들이 모인 데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규모 역시 세계 최대다. 총 7300여개 업체와 30만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여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25%를 사고 판다. 행사는 10월8일부터지만 출판 관계자들의 논의와 협상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 일반인에게는 행사 마지막 이틀인 11일과 12일만 개방한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핀란드를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핀란드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 역사, 현대의 생활상 등을 주제로 다룬 다양한 책을 통해 핀란드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북유럽의 정취와 느릿한 삶의 속도가 고스란히 투영된 아름다운 일러스트 작품집도 이번 도서전을 통해 대거 소개할 예정이다.
독일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독일관광청 한국지사(02-773 6422)에 문의하면 된다. 옥토버 페스트는(oktoberfest.de/de), 베토벤 페스티벌 홈페이지(beethovenfest.de),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홈페이지(buchmesse.de)를 참조하면 된다.
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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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클래식 음악,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을의 독일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뮌헨, 본,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세 가지 황홀한 테마로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최고의 맥주를 보름 동안 즐겨라…옥토버페스트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주도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올해로 181회를 맞았다.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드비히와 작센의 테레사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비롯된 이 유서 깊은 축제는 오는 9월20일부터 10월5일까지 열린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700만여명의 맥주 애호가들이 이 기간에 소비하는 맥주가 약 700만ℓ, 안주로 곁들여 먹는 소시지가 140만t이나 된다고 한다. 명실상부 세계 제1의 맥주 축제라 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뮌헨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테레지엔비제광장이다. 다양한 놀이기구, 수많은 비어 가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넓은 광장을 빼곡히 메워 축제의 흥을 돋운다. 옥토버페스트는 축제를 주관하는 호스트와 양조장들이 입장하며 막을 올린다. 개막식이 열리는 동안 축제를 주관한 주최 측의 가족과 웨이트리스들은 꽃으로 장식한 마차를 타고 등장한다. 축제 텐트의 밴드들, 거대한 말들과 뮌헨 양조장들의 수레가 뒤를 따른다. 시의 상징인 ‘뮌헨의 아이(Mnchner Kindl)’가 말 등에 올라타 행렬의 선두에 서고 시장의 마차가 그 뒤를 따른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뮌헨의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뮌헨 시장이 첫 번째 맥주 통을 개봉하면서 비로소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 기간 판매하는 맥주는 뮌헨 6개의 주요 양조장에서 공급한다.
거대한 퍼레이드와 넘치는 음식들
맥주 회사들이 만든 14개의 텐트에서는 10만명이 양껏 마실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맥주를 선보인다. 축제 때만 한정 판매하는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말이 텐트지 실제로는 무려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건물이다. 텐트에 들어가려면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언제나 성황이다. 금관 밴드의 멋진 연주, 여기저기서 “프로스트(건배)!”를 외치는 사람들, 7000여석의 테이블 사이로 바삐 오가는 여종업원들의 손에는 ‘마스(Mass)’라는 1ℓ 맥주 잔이 보통 8개씩은 들려 있다.
텐트 안에서는 시원한 맥주와 음악,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반면 텐트 밖에는 어린아이와 어른들을 위한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독일식 프레즐, 소시지 요리, 통닭구이뿐 아니라 도넛과 파이 등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많은 곳은 ‘캐퍼’다. 뮌헨 최고의 음식과 음악, 최고의 분위기를 뽐내는 곳으로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부터 영화배우까지 유명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 ‘히포드롬’은 매력적인 힙스터들로 넘치고 우리에게 친숙한 ‘뢰벤브로이’와 ‘호프브로이’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암머’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여서 단란한 시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합하다.
옥토버페스트의 첫 번째 일요일에는 거대한 규모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9400여명이 참가하는 퍼레이드 행렬의 길이가 7㎞나 된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 민속 그룹, 로컬 밴드와 악단, 순수 혈통의 말들은 행렬의 하이라이트다. 축제 기간 두 번째 일요일에는 300명으로 구성된 빅밴드(오케스트라의 편성을 가진 재즈밴드)의 야외 콘서트가 열린다. 마지막 일요일에는 60명의 사수들이 밴드와 함께 작별을 고하며 웅장한 폐막식을 장식한다.
9월은 베토벤의 달, 본 베토벤 페스티벌
베토벤이 나고 자란 고장 본의 가을 공기는 그가 우리에게 남긴 명곡들의 음률로 맑고 청아해진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 본에서는 매년 가을 그를 기리는 음악축제가 열린다. 베토벤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순례 코스로 여겨지는 이번 축제는 9월6일부터 10월3일까지 진행된다. 올해의 테마는 ‘신성한 불꽃’. 베토벤이 1924년 완성한 교향곡 9번 중 환희의 송가에 나오는 구절이다.
프로그램의 구성도 다양하다. 베토벤 홀과 베토벤 하우스에서 열리는 60여회의 오페라, 심포니, 독주, 실내악 등의 메인 공연을 필두로 베토벤과 관련한 전시, 독서회, 영화 상영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했다. 오픈 리허설, 마스터 클래스, 페스티벌 스태프 체험, 어린이들만을 위한 콘서트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페스티벌에 관심이 높은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베토벤 생가에 들러 그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축제 기간에는 아름다운 불빛을 장식한 보트가 라인강변을 항해한다. 운이 좋으면 선상에서 강변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도 있다.
책 읽는 가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10월의 프랑크푸르트는 아마 천국처럼 느껴질 것이다. 15세기 초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후 ‘부흐 메세’(독일어로 ‘책 시장’이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인쇄·출판업자와 작가들이 모인 데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규모 역시 세계 최대다. 총 7300여개 업체와 30만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여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25%를 사고 판다. 행사는 10월8일부터지만 출판 관계자들의 논의와 협상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 일반인에게는 행사 마지막 이틀인 11일과 12일만 개방한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핀란드를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핀란드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 역사, 현대의 생활상 등을 주제로 다룬 다양한 책을 통해 핀란드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북유럽의 정취와 느릿한 삶의 속도가 고스란히 투영된 아름다운 일러스트 작품집도 이번 도서전을 통해 대거 소개할 예정이다.
독일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독일관광청 한국지사(02-773 6422)에 문의하면 된다. 옥토버 페스트는(oktoberfest.de/de), 베토벤 페스티벌 홈페이지(beethovenfest.de),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홈페이지(buchmesse.de)를 참조하면 된다.
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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