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統市場을 가다

입력 2014-08-25 07:01  

"올레길 걷는 길에 전복 좀 사갑서"
피순대에서 수제 디저트까지…어머나~ 여기 시장 맞아?

포항 죽도시장
동해안 최대 규모…200여개 회센터 골목선 고래고기 한점
대구 서문시장
이불·커튼 등 포목으로 특화…납작만두·양념어묵도 유명
춘천 낭만시장
곳곳에 벽화, 사진 찍기에 딱…옛 물건 전시한 낭만상회 인기



[ ?김명상 기자 ] 어느 여행지든 시장만큼 현지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곳은 찾기 어렵다. 시장 특유의 활기 넘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에는 저절로 흥이 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번 추석에는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인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선물과 먹거리를 장만해보는 것이 어떨까.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시장을 거닐다 보면 그 자체가 훌륭한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제주 동문 시장…특산품 쇼핑 좋아요

제주 동문시장(dm.market.jeju.kr)은 육지와 사뭇 다른 제주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형성됐으며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전통시장이다. 8월 기준 점포 수는 319개다.

동문시장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원래 시장이 처음 생겨난 곳은 지금 자리가 아니라 동문로터리 주변이었다. 1954년 일어난 큰 불로 3시간 만에 건물 112채가 잿더미로 변해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그해 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시간이 가면서 발전을 거듭한 동문시장은 2006년에 전국 전통시장 박람회에서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제일 오래된 시장답게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감귤류와 백년초 등 제주 특산품을 만날 수 있고 각종 식료품, 생활용품, 관광 기념품까지 갖췄다. 제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수산물. 금방 건져 올린 듯 펄떡대는 고등어, 옥돔, 은갈치, 전복, 보말 등의 제주 명물을 살 수 있고 대형마트보다 훨씬 싸게 회를 떠서 가져갈 수도 있다. 주말이면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북적이기 때문에 시장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에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올레 17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 오가다 들르기에도 좋다. 제주시 이도1동 1329의 6. (064)752-3001


전주 남부시장…역사와 젊은 패기 한자리에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명소로 발돋움한 전주 한옥마을.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전주 남부시장이 있다. 숭례문 주변에 남대문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남부시장은 전주성의 남문인 풍남문 주변에 형성됐던 5일장 ‘남밖장’을 모태로 한다. 조선시대 3대 장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릴 만큼 각지의 물자와 상인이 몰렸는데 전국의 쌀 시세가 이곳에서 결정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고 한다.

남부시장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먹거리다. 맛의 고장으로 불리는 전주에서도 피순대의 명성은 자자하다. 피순대는 당면이 든 일반적인 순대와 달리 돼지 창자 안에 숙주나물, 두부, 돼지고기, 채소 등으로 맛을 낸 소에 신선한 선지를 듬뿍 넣어 만든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갈리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 맛보면 일반 순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남부시장 안에는 피순대로 이름 높은 음식점이 많고,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빈다.

남부시장은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더 매력적으로 변신했다. 시장 2층의 복합문화 쇼핑몰인 ‘청년몰’은 19세부터 39세까지 청년에게 우선 입주 자격을 주고 출범한 공간이다. 현재 25개의 청년점포가 성업 중이고 세계 각국의 음식, 수제 디저트, 디자인 상품, 카페, 패션 용품, 보드게임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잘 어울리는 점포가 가득하다. 점포마다 톡톡 튀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내세우고 있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관광객들은 청년몰을 찾으며 남부시장의 오랜 역사와도 마주할 수 있어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주시 완산구 전동3가 2의 242. (063)284-1344


포항 죽도 시장…한국의 대표 전통시장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14 한국 관광의 별’ 쇼핑 부문에서 대표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경북 포항 죽도시장은 1500여개의 점포가 모인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이다. 새벽이면 경매에 참가하는 상인들의 표정이 팽팽한 긴장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고깃배에서 막 가져온 수산물이 언제나 그득해 눈이 즐겁다. 어시장 외에도 농산물, 떡집, 이불가게, 먹자골목 등이 모여 있어 물건을 사고 회를 맛보려는 인파로 늘 분주하다.

죽도시장이 처음부터 이렇게 컸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칠성천 복개주차장 주변에 조금씩 들어서던 좌판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초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죽도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200여개 점포가 모인 회센터 골목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살 수 있다. 인근 상가에서 초장과 채소 값만 내면 싼 가격으로 어디서나 회를 먹을 수 있다. 이색적인 것은 고래고기다. 동해안에서만 취급하는 특산물 중 하나다. 죽도시장에서도 고래고기 상점을 볼 수 있는데, 일부러 잡을 수는 없어 그물에 자연스레 걸린 것을 가져다 판다. 이렇게 잡히는 고래가 한 해 평균 500~600마리에 이른다. 고래고기는 육질이 생선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포유류이기 때문에 소고기와 비슷한 맛이 있어 부위에 따라 12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신선도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만큼 좋은 고래가 잡혔다는 소식이 들리면 업체들은 앞다퉈 달려가 입찰을 하곤 한다. 포항시 북구 죽도동 2의 4. (054)247-3776


대구 서문시장…넘치는 옷과 먹거리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은 서문시장이다. 1600년께 형성됐으며 대구읍장, 대구장, 대장 등으로 이름이 바뀌다 1909년부터 서문시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경상감영의 서문 밖에서 열리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서문시장은 조선 후기부터 포목 시장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는데 목화가 경북 일원에서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문시장에는 직물을 취급하는 상점이 여럿 있는데 서문시장 상인 중 70% 이상이 의류 관련 제품을 다룬다. 또한 원단, 부자재, 이불, 커튼, 가방 등을 취급하는 업체가 모여 있어서 “원하는 디자인을 가져오면 무엇이든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서문시장은 먹거리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대구 사람들은 장보기 외에 식사를 위해서도 서문시장을 찾곤 한다. 칼국수, 보리밥, 씨앗호떡, 핫바, 납작만두, 콩나물과 어우러져 시원한 맛을 내는 양념어묵, 당면으로 속을 채운 유부주머니를 멸치 국물에 넣어 만든 유부전골 등 각종 먹거리가 가득하다. 종류가 많다 보니 선택이 어렵지만 방문객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을 선사한다. 대구 중구 대신동 115의 378. (053)256-6341

춘천 낭만시장…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다

춘천 낭만시장은 일제강점기부터 문을 열었다가 6·25전쟁으로 사라진 이후 1952년 미군의 지원으로 다시 생긴 중앙시장을 기원으로 한다. 처음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상품, 서울에서 온 공산품 등이 주를 이뤘지만 차츰 커지며 식품, 의류, 한복, 이불, 철물, 농기구 등을 취급하는 대규모 소매시장으로 성장했다.

중앙시장에서 낭만시장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2010년.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의 출현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문화의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시장 곳곳에 미술 작품이 걸리고 벽화가 그려졌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휴식 공간도 생겼다. 단순한 시장이 아닌 문화 예술과 놀이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연인, 가족이 즐겨 찾는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시장 중앙에 자리한 낭만상회다. 병, 과자 등 옛날 물품과 시장에서 쓰이던 손때 묻은 물건을 한자리에 모아 박물관처럼 만든 공간이다. 시계를 1960년대로 돌린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상인들의 오래된 물건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추억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다. 낭만시장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전시한 작은 갤러리에 들러보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춘천시 죽림동 11의 134. (033)254-2558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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