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도서관에는 막바지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찾아와 공부에 매진했다. 학생들의 책상을 비추는 밝은 형광등은 청춘의 여름 주말 밤을 현실로 내려놓는다. 그들의 책상에는 각종 수험서가 무겁게 놓여있었다.
올 들어 신입사원 채용 때 '스펙 초월 채용'방식을 선언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스펙 초월 채용'이란 학점, 출신학교, 자격증 등과 같은 스펙이 아닌 인성, 열정, 업무 능력 등 다양한 요소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채용방식은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채용 방식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진통을 앓는 구직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일각에선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서점을 가득 메운 각종 서적 중에서도 매출이 꾸준한 서적은 단연 '취업 관련 서적'이다. 구직자의 중요한 스펙 중 하나인 공인영어 수험서적은 언제나 베스트셀러다. 시사 상식, 면접 등 취업 서적 코너는 항상 붐빈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취업 서적들을 들춰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스펙'은 취준생 사이에서 항상 뜨거운 쟁점이다. 구직자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판단해줄 수 있는 기준으로서 스펙에 의존하며 더 뛰어난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토익 만점자'도 입사 시험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과열된 스펙 경쟁을 막기 위해 '스펙 초월 채용'이 느는 추세다. 삼성, SK, 두산,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 기업들은 이력서에 스펙 기입란을 없애는 방식과 지원자의 끼와 열정을 보며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이에 대해 취준생들은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박모 군은 "스펙 경쟁이 무한으로 치솟던 기존의 채용방식이 아닌 '스펙 초월 채용'은 긍정적" 이라면서도 "취준생들이 스펙을 초월한 또 다른 스펙을 쌓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취준생 서모 군은 "'스펙 초월 채용'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며 "새로운 채용 방식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 취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현재 구직활동 중인 취업준비생 4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길 사항'의 질문으로 '학벌'(38.6%)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학가에서도 취업캠프 등을 통해 각종 스펙을 점검받거나 토익과 같은 각종 자격증 수업을 활발히 운영하는 실정이다.
일부에선 새로운 채용방식을 위한 '끼'를 만들기 위한 경쟁도 시작되는 분위기다. 대학가에선 면접 스피치를 심층적으로 점검해주는 학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달 27일부터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2014년 하반기 공채의 포문이 열렸다. 과연 '스펙초월채용'방식이 앞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고민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이민선 인턴기자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년) lms85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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