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살아있는 믿음에 감동
남북관계 말할 땐 눈물나기도
[ 서화동 기자 ] “교황께서 전해주신 사랑과 희망과 나눔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 안에서 잘 받아들여 서로가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황 방한의 벅찬 감동을 우리 교회가 먼저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26일 명동에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사가 잘 마무리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염 추기경은 “준비 기간이 짧아서 배려가 부족했고, 교통통제 등으로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렸을 텐데 잘 참아주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다른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을 수행하면서 경험한 인상적인 모습을 묻자 “교황님이 미사를 드리고 강론하실 때 정말 살아있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인을 만날 땐 진심으로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나는구나 하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과 대화를 할 때였어요. 교황님이 북한과의 관계를 말씀하실 땐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지고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가족 한 나라 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 제 가슴을 때렸어요.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고 있으니 통일의 가능성은 큽니다. 그러자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노력을 해야죠. 개성공단은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이 이뤄지는 곳이므로 정말 중요합니다. 가톨릭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교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황은 방한 중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각별히 위로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여야는 대치 중이다. 해법을 묻자 염 추기경은 “세월호요? 거 참,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답을 내놓기가 만만찮아서다.
“세월호 사태는 생명보다 돈을 우선해 온 총체적 결과입니다. 당사자들의 아픔을 직시해야지 정의를 실현한다며 자칫 이를 이용하게 되는 함정에 빠져선 안 됩니다. 안전을 위한 국가적인 대책을 세우고 시스템을 만드는 걸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해요. 힘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염 추기경은 “유가족이 지난 22일 제게 편지를 보내 ‘여야 대표들이 가족들과 함께 대화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해달라’고 했다”며 가톨릭도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가르멜수도회 수녀였던 성녀 에디트 슈타인(1891~1942)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의 제자인 그는 아우슈비츠의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갈 때 사람들은 ‘정말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고 묻습니다. 슈타인은 말합니다. 하느님은 가스실에서 죽고 태워져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를 때 제일 먼저 올라가는 분이시다. 그런데 인간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입니다. 결국 인간이 문제라는 얘기죠. 세월호도 우리 안에 있는 문제입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키지 못하고 돈만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아온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따라서 누구 하나 동네북 만들고 희생시켜서 될 일이 아닙니다. 우리들 자신이 정말 새롭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니겠어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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