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서 美아웃도어 컬럼비아 꺾은 고경찬 벤텍스 사장 "특허 수십만건 분석…컬럼비아기술 무효 입증"

입력 2014-08-26 22:18   수정 2014-12-11 11:19

체열반사 섬유 내놓자…컬럼비아, 판매중지 엄포
특허 무효소송으로 역공…1심·항소심에서 모두 이겨



[ 민지혜 기자 ]
발열이나 온도를 낮추는 기능성섬유 원단을 만드는 한국 중소기업 벤텍스가 미국 아웃도어업체 컬럼비아 본사를 상대로 한 특허 무효소송 1심과 항소심에서 최근 모두 이겼다.

고경찬 벤텍스 사장은 “벤텍스는 특허 출원을 하기 전에 세계 관련 특허 수십만건을 일일이 분석하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에 당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입은 영업상 손실에 대해 컬럼비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고장 발송에 소송 맞대응

컬럼비아는 벤텍스의 체열반사 섬유(메가히트RX)가 컬럼비아의 발열원단(옴니히트)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벤텍스가 지난해 1월 체열반사 섬유 원단을 시장에 내놓자 컬럼비아는 “벤텍스 원단은 자사의 옴니히트 특허기술을 침해한 것이므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지하라”고 국내 아웃도어업체에 경고장을 보냈다.

쟁점은 컬럼비아의 발열 특허가 벤텍스의 특허 기술과 동일한지 였다. 고 사장은 “벤텍스의 메가히트RX는 발열 기능을 갖춘 필름이 섬유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태양광을 합성하는 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기존 특허 기술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벤텍스는 오히려 ‘컬럼비아가 보유한 특허가 기존에 있는 영국 특허를 베낀 것’이라고 역공했다. 고 사장은 “이대로 당할 수 없다 싶어 ‘컬럼비아 특허가 특허유효기간이 이미 끝난 영국의 기존 특허와 동일한 기술이므로 무효’라는 소송을 선제 제기했다”고 말했다.

특허심판원과 법원은 “컬럼비아 특허는 (특허의 성립요건인) 진보성이 부정된다”며 영국 특허와 동일한 기술임을 인정했다.

◆“기능성 소재 판매에 주력”

고 사장은 “아웃도어업체 로우알파인이 벤텍스의 발열섬유로 만든 옷을 연간 100억원어치 판매하는 등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추가 계약을 맺으려는 상황에서 컬럼비아의 경고장 때문에 무산됐다”며 “추가 계약을 맺었으면 두 배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컬럼비아가 다른 회사에도 경고장을 보냈기 때문에 피해금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벤텍스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검토하는 이유다.

벤텍스는 이번 승소를 계기로 발열소재 판매에 더 힘을 쏟을 방침이다. 컬럼비아의 옴니히트 특허가 1심, 항소심에서 모두 무효로 인정됐기 때문에 벤텍스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사장은 “컬럼비아 측이 상고한다면 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지만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대법원에 가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10만여건에 달하는 관련 특허를 일일이 분석해 중복 여부를 확인하고 방어 및 회피를 위한 특허까지 다 출원한 것이 빛을 봤다”고 강조했다.

◆“선제 공격해야”

벤텍스처럼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국제특허 소송 건수는 2009년 154건에서 2012년 224건, 지난해 342건으로 늘었다.

이주웅 지식재산협회 분쟁지원팀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이 속도를 내면서 외국 기업으로부터 특허 무효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지원 프로그램 등 정부의 도움을 받아 선제 공격하거나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자사 기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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