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치과 등 中진출 한국 병원 수혜 기대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7개 도시에서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가진 병원 설립이 허용된다. 낙후된 중국 병원의 의료 기술로는 급증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독자 병원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한국 병원들도 성형외과 치과 등을 중심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병원 활용 의료서비스 선진화
중국 상무부는 27일 베이징 톈진 상하이 장쑤성 푸젠성 광둥성 하이난성 등에서 외국 자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단독 병원 설립에 관한 시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현재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들 7개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병원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신설하거나,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다만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 투자자들은 중의학 계통의 병원을 설립하지 못한다. 외자 병원 설립에 대한 승인과 감독 권한은 해당 지역 성급 정부가 맡는다. 현재 외국인은 중국에서 병원을 설립할 때 병원 지분의 최대 7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반드시 중국 현지인이 보유해야 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7개 주요 도시에서 외국인 단독 병원 설립을 허용키로 한 것은 대외 개방을 통해 중국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경제일보는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국영병원들은 대부분 재정난을 겪고 있고, 민영 병원들은 절대 숫자가 부족해 의료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소득층이나 농민공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김지수 주중 한국대사관 건강산업관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의료 산업 선진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이번 조치는 외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활용해 중국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성형외과 치과 등 수혜 기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외국인 독자 병원 설립이 가능해지면 국내 병원들도 적잖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한국 병원들은 중국 현지 법인(또는 의사)과의 합작 형태로 중국 의료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병원 인·허가 문제에서부터 운영 등을 중국 현지파트너가 주도하다 보니 대부분 실패했다. SK그룹에서 2004년 중국 베이징에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한 SK아이캉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병원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세금 징수 및 현지화 실패 등으로 2009년 문을 닫았다. 김 산업관은 “법적으로는 한국 측에서 지분을 최대 70% 보유할 수 있었지만 중국 현지 파트너의 존재 때문에 병원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유능한 현지 파트너를 만나지 못한 한국 병원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김병권 BK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10여년간 한국의 성형외과나 치과 의사들은 다양한 형태로 중국 의료 시장에서 경험을 쌓았다”며 “외국인 독자 병원 설립 허용을 기다려온 병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법적으로는 외국인 단독 병원 설립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인허가를 언제 내줄지는 미지수”라며 “그동안 성형외과 등 일부 병원은 합작병원 설립 허가도 잘 안 내줬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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