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삼남매, 알짜 계열사 지분 매각 배경은?

입력 2014-08-28 14:12  

[ 강지연 기자 ]


한진가(家) 삼남매가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정석기업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삼남매의 지분 매각이 한진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연관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납부 등을 위해 현금을 확보하는 단계로 보고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아 부사장, 조현민 전무는 보유하고 있는 정석기업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정석기업은 한진가 삼남매로부터 자사주 2만3960주(지분율 1.28%)씩을 각각 59억3700만 원에 장외 취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정석기업은 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이 갖고 있던 주식 1만1324주도 28억600만 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정석기업의 자사주는 8만3204주(4.44%)로 늘어났다.

앞서 이 회사는 이달 6일부터 27일까지 주주들로부터 자사주 11만2610주 양도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사주 양도 과정에서 한진가 삼남매와 한진정보통신이 참여한 것이다.

정석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진정보통신 등 일부 법인 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을 요청해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번 매입을 결정했다"며 "오너가 주주들의 주식 양도는 개인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관리 사업을 하는 한진그룹 계열사다. 최대주주는 한진칼로 48.2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다음으로 조양호 회장이 27.21%, 정석물류학술재단이 10%,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대한항공 상임법률고문이 8.0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고려할 때 정석기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업계 일각에선 한진가 삼남매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배경으로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주목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이 지난 해 8월 지주사 한진칼과 사업회사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한 이후 지주사 체제 전환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 지주사 체제 전환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이 정석기업과 합병한 후 한진과 통합지주사로 재편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지주사 체제 전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금 납부 등을 위해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너가 주요 주주가 알짜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오너 일가에 중요한 것은 정석기업보다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지주사 체제로 바뀌는 큰 과정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은 계열사에서 체제 전환에 따른 세금 등의 비용을 마련하는 현금 확보 단계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체제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매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면서도 "향후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의결권 확보, 세금 납부 등의 요인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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