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기업 현장으로 돌아가라" 한국 찾은 해외석학들의 조언

입력 2014-08-29 11:15   수정 2014-08-29 23:31

경영대協 선언문 채택 "글로벌경쟁 위해 국내지향 평가 틀 바꾸자"


[ 김봉구 기자 ] “이론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곤란합니다. 기업 일선의 경영과 괴리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경영학은 현장 중심의 학문이 돼야 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문화와 고유한 특성에 맞춰 경영학 모델을 만들어 가야죠.”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아·태평양 경영대학장 서밋(summit)’ 기조 강연자로 나선 에드윈 쳉 홍콩이공대 총장과 피에르 타피 전 ESSEC(고등경제상업학교) 총장(사진)은 이같이 주문했다.

쳉 총장은 “그동안 미국식 경영학이 아시아 경영학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바뀌어야 할 때” 라며 “경영학은 기업과 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학문이므로 아시아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지역의 경영학은 과학적 이론에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기업의 경영 현장과 괴리가 생긴 면이 있다”며 경영학의 ‘현장성’을 강조했다.

최근까지 프랑스 상경계 최고 그랑제꼴인 ESSEC 총장을 지낸 타피 팍스터(PAXTER) 설립자도 “아시아 지역은 불교와 유교, 한국의 경우 충(忠)·효(孝)·인(仁) 등 독특한 가치가 있는 만큼 고유한 특성에 맞는 아시아만의 경영학 교육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경영학교육 국제인증을 주관하는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이사진으로도 활동해 온 그는 “평가에 맞춰 학문이 지나치게 표준화 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쳉 총장이 있는 홍콩이공대는 각종 세계 경영대학 및 경영대학원(MBA) 평가에서 100위권 안에 드는 아시아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룬 대학이다. 타피 전 총장은 구미 지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ESSEC을 이끌었으며 AACSB 주축 멤버” 라며 “두 분을 모시고 새로운 경영학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모멘텀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밋엔 아태 지역 13개국 53개 대학 경영대학장단이 참여했다. 서밋 발표 내용은 한국과 아시아 경영 사례를 세계 학계에 공유하기 위한 e-저널 발간으로 이어진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서밋에 참석한 국내 경영대들은 또 별도의 총회와 심포지엄을 갖고 한국경영대학·대학원협의회 명의의 ‘대한민국 경영학 교육의 발전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해 29일 발표했다.

경영대들은 “국내외 일부 경영대 평가가 국내 지향적 지표로 구성돼 있는 문제점이 있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며 “경영학 교육의 위기를 돌파해 아시아 시대에 걸맞은 경영학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국내 경영대들이 상호 협력해 아시아 경영학의 중심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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