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의 '뚝심' i20 WRC 한계를 뛰어넘다

입력 2014-08-29 21:30   수정 2014-08-31 19:07

메이저 대회 '獨 월드랠리챔피언십' 첫 우승

비포장·눈길 등 극한의 조건
양산형 모델 개조車로 승부
폭스바겐 폴로 등 유럽車 제쳐

1.6L 터보엔진 출력 300마력
개발 참여 엔지니어만 100여명



[ 강현우 기자 ]

최근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F1과 함께 세계 최고 자동차 대회로 꼽히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독일 경주에서 현대자동차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 모터스포츠대회에서 처음 일궈낸 우승입니다.

F1에 출전하는 차들이 대회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특수 모델이라면, WRC에는 연간 생산량 2만5000대 이상의 양산차를 개조한 모델들이 출전합니다. 배기량을 1.6L로 제한하고, 티타늄이나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 특수 소재는 기본 모델에 적용하지 않았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제약이 많은 데다 1년간 13차례 경주에서 비포장도로와 눈길 등도 달려야 해 WRC는 양산형 차량들이 성능을 겨루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선수 개인 성적뿐 아니라 자동차업체 순위도 따로 집계합니다.

현대차는 이번 WRC에 유럽 전략 모델인 소형 해치백 i20를 개조한 ‘i20 WRC’를 내보냈습니다. i20를 포함해 독일 폭스바겐의 폴로, 프랑스 시트로앵의 DS3, 미국 포드의 피에스타 등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차 단 4종만 올해 WRC에 출전했습니다.

시트로앵이 2012년까지 8년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작년에는 폭스바겐이 처음 데뷔한 폴로를 앞세워 1위를 빼앗았습니다. 스바루나 미쓰비시 등 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일본 업체들은 유럽차에 계속 밀리자 2008년 스바루를 마지막으로 WRC를 떠났습니다. 다만 도요타가 유럽 공략 모델인 야리스로 내년부터 참가한다고 합니다.

i20 WRC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레이싱 전담팀과 독일 현대모터스포츠단이 함께 개발했습니다.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만 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i20 WRC 보닛과 옆면에 새겨진 ‘N’자는 남양(Nam-Yang)연구소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BMW M시리즈나 아우디 R라인처럼 앞으로 현대차가 개발하는 고성능 모델에는 N자가 붙을 가능성도 있답니다.

1.6L 터보 직분사 엔진은 300마력의 힘을 냅니다. 터보는 배기가스를 이용해 공기를 강제로 실린더에 불어넣어 출력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경쟁 차량인 폭스바겐 폴로 WRC는 최고 출력이 315마력이라니,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참고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K5 2.0L 터보 모델의 최고 출력은 271마력입니다.

다만 최고 속도는 시속 200㎞ 내외로 높지 않습니다. 비포장도로를 주로 달리기 때문에 변속기도 6단까지밖에 없습니다.

영하 25도가 예사인 스웨덴의 겨울 눈길부터 공기가 희박해 엔진 출력이 떨어지는 멕시코 고원지대 등 주행 조건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극한의 지형과 날씨에서도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노면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4륜 구동에 전용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브레이크는 이탈리아 브렘보의 디스크 브레이크를 쓰는데, 포장도로에서는 355㎜, 비포장에선 300㎜ 규격을 장착합니다. 타이어는 미쉐린 제품 가운데 일반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용, 눈길·빙판길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용 등 네 가지를 상황에 맞게 교체합니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기특한 성적을 낸 i20를 국내에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럽과 인도에서만 판매하는 전략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WRC 참가로 인지도를 크게 높인 만큼 유럽에선 i20를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i20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 차량을 기반으로 개조한 레이싱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대 원메이크 레이스(같은 차종으로 겨루는 대회)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은 제네시스 쿠페, 벨로스터 터보, K3 쿱, 아반떼 등을 개조한 차량들이 출전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레이싱카로 개조된 차가 제네시스 쿠페 25대, 벨로스터 터보 30대, K3 쿱 50대, 아반떼 70대 등 170대가량 있습니다.

■ WRC 11년 만의 복귀 "현대차의 우승은 이변"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팀이 ‘자동차의 철인 경기’로 불리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독일 대회에서 지난 25일 우승을 차지한 것은 상당한 이변으로 평가됩니다. 현대차는 2000~2003년 엑센트로 WRC에 참가했지만, 당시 최고 성적이 4위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11년 만에 대회에 복귀했고, 그 첫해에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WRC는 매년 13개국에서 대회를 연 뒤 종합 성적을 냅니다. 현대차팀은 올해 아홉 번째 대회인 독일 경주에서 우승하면서 영국 M스포츠팀을 제치고 종합 3위로 올라섰습니다. 1위는 작년 우승팀 폭스바겐, 2위는 시트로앵입니다.

현대차가 2003년을 마지막으로 WRC를 떠난 것은 연간 800억~900억원씩 드는 돈에 비해 마케팅 효과 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07년 i10, 2008년 i20 등 유럽 전략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유럽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커졌고, 현대차는 2012년 10월 파리모터쇼 현장에서 WRC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그 후 2년도 안 돼 우승을 일궈낸 것입니다.

현대차는 WRC 복귀를 결정한 뒤 과감하고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 모터스포츠 법인을 세웠고 지난해 WRC에서 개인 성적 2위를 한 티에리 누빌 선수(벨기에)를 영입하는 등 선수단 라인업도 탄탄하게 갖췄습니다. 그 결과 3차 멕시코 대회에서 3위로 처음 시상대에 올랐고, 7차 폴란드 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9차 독일 랠리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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