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훈 기자 ] 이수용 북한 외무상(사진)이 오는 24일 개최되는 유엔총회에 북한 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제고립이 심해지고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 막후협상이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31일 “북한 이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겠다는 뜻을 유엔에 통보했고, 총회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미 간 막후협상을 벌이기 위해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1991년 이후 김영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과 백남순 외무상이 각각 1992년, 1999년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이후 북한은 유엔총회에 외무성 부상(차관급)을 주로 보내왔다.
일각에서는 이수용 외무상이 북한 인권문제를 지적한 유엔 보고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반인권 관련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격받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제안한 추석 이산상봉 등을 위한 남북고위급 접촉에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한국을 고립시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다시 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리스크와 케네스 배 등 북한 억류자 문제를 풀어야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북·미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최근 평양에 고위급 당국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수용이라는 중량급 인사를 보내 미국과의 통로를 트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바마 정부의 기조상 비핵화에 대한 진전 없이는 특별한 전환점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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