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女成시대] 디자인 간판 만드는 정수미 신신홍보기획 대표 "종로 일대, 제 손길 안 닿은 간판 없어요"

입력 2014-09-01 20:46  

20대 때 가업 물려받은 뒤 자격증 취득하며 경영수업
청계천~북촌 간판 싹 바꾸고 대기업 옥외 간판사업도 수주



[ 김정은 기자 ]
정수미 신신홍보기획 대표는 간판 제조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사장이다. 1960년 부친이 창업한 ‘신신미조사’를 1997년 물려받았다.

간판일을 시작한 초창기엔 현장에 나가면 크레인 기사나 인부들로부터 “사장은 어디 가고 웬 아가씨가 나왔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이를 악문 정 대표는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뛰었다. 간판에 디자인을 가미한 ‘아름다운 간판’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종로구 일대 간판개선사업을 대거 따낼 수 있었다. 서울 삼청동과 북촌, 자하문 일대 점포 중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아름다운 간판’으로 마케팅

정 대표는 “아버지가 처음 종로에서 회사를 시작했을 땐 집과 공장이 붙어 있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간판 만드는 걸 어깨너머로 보며 컸다”고 말했다. 가업을 잇기 위해 간판업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2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다정했던 아버지는 그가 ‘경영자 수업’을 받기 시작하자 엄한 스승으로 돌변했다. 정 대표는 “아버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물건이 허공으로 날아다니고 고성이 오갔다”고 회상했다. 컬러리스트, 옥외광고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차근차근 일을 배웠다.

1997년 ‘2세 경영’을 시작한 그는 회사 이름을 신신홍보기획으로 바꿨다. 신신은 ‘새 신(新)’을 두 번 쓴 이름이다.

아름다운 간판을 내세워 영업과 마케팅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아버지뻘 되는 간판업체 사장들과 어깨를 견주며 경쟁했고 회사 덩치를 키워갔다. 차츰 점주들 사이에서 “야무지고 꼼꼼하게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간판개선사업 참여

정 대표는 2005년 종로구 간판개선사업을 시작으로 청계천 대학로 자하문로 북촌 등의 간판개선사업을 줄줄이 따냈다. 대기업의 옥외간판 사업도 수주했다.

간판을 하나로 간소화하는 간판개선작업은 6~7개월가량 걸린다. 글씨 및 판형의 크기 제한, 돌출 제한 등 간판 규격에 대한 규정사항도 많다. 정 대표는 “점포 주인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오래 걸렸다”며 “자기 점포의 간판이 가장 크고 글씨가 잘 보이게끔 해달라는 게 모든 점주의 공통된 요구”라고 전했다. 그는 주변과 조화를 잘 이루면서 업종과 점포의 개성을 살리는 디자인으로 눈에 잘 띄는 간판을 만들어 점주들을 설득했다. 세로형 현수막에 간접 조명을 쪼여 세련된 느낌을 준 중식당 간판, 철판 레이저로 잘라 아기자기한 나뭇잎 모양으로 붙인 액세서리숍 간판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서울 자하문로는 많은 간판을 한글로 바꿔야 했는데, 정 대표는 캘리그래피(손글씨 서체)를 활용해 전통적인 느낌에 세련미를 더한 간판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최근 일거리가 많아지면서 종로에 있는 직원 5명 규모의 공장을 경기 지역으로 옮기고 다른 지역에도 사무소를 낼 예정이다. 정 대표는 “중국 상하이간판자재전시회 등 해외 행사를 다니며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고 있다”며 “내년부터 전국 단위의 간판개선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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