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9월 3일 자료의 첫 문장에서 다음과 같은 선언적인 화두를 꺼냈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내비게이션이 올 추석 귀성길을 책임진다.” 최근 내비게이션이 운전자의 마음마저 꿰뚫는 감성기술을 더한 차세대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특허청의 이 같은 주장의 배경입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차량용 내비게이션 기술 개발을 상징하는 관련 특허 출원이 2000년대 꾸준히 증가해오다 2008년 203건을 정점으로 한풀 꺾이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른바 ‘차세대’로 평가되는 내비게이션 기술에 힘입어 우右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특허청 제공]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은 정보통신기술 ICT를 기반으로 차량과 일체로 융합된 신개념 운전지원 시스템을 일컫습니다. 기존의 실시간 경로 안내는 물론 운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를 운전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최대 특징입니다.
예컨대 개별 운전자의 경험 정보로 구축된 빅데이터를 이용한 운전자 맞춤형 경로제공 기술이 대표적으로 꼽히는데요. SK플래닛이 출원한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관광 정보 제공 방법, 이를 위한 장치 및 시스템’이 사례입니다.
이는 경로 안내 후 목적지 체류 시간과 관광 소요 시간을 고려해 목적지와 관련한 추천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이 때 사용자 단말기의 누적 주행 경로를 기초로 사용자의 관심 사항을 파악해 이를 중심으로 추천 관광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하대 산업협력단이 개발한 ‘운행 가이드 서비스 제공 시스템, 그 방법 및 스마트 자동차’도 이와 관련한 기술로 불립니다. 차량 운행과 관련해 대용량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카테고리 별로 분류한 뒤 이를 기초로 서비스가 제공될 타겟 차량에 대해 맞춤형 운행 경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또 운전자의 음성·모션 인식을 이용한 정보 입력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출원한 기술 ‘차량의 멀티미디어 시스템 조작용 사용자 인터페이스 장치’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 기술은 원격 터치 패드부를 통해 운전자의 제스처를 입력받아 내비게이션의 각종 모드를 실행함으로써 운전 중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고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와 함께 운전자의 시야를 따라 정보 영상을 출력하는 증강현실· HUD (Head-Up Display : 정보가 전면 유리에 나타나도록 설계된 전방 표시 장치) 기술도 나오고 있습니다.강원대 산학협력단의 ‘증강현실 내비게이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주행 경로와 관련 증강현실 표시정보를 차량 전면 투명 디스플레이에 매핑합니다. 이 때 운전자의 두 눈의 동공을 촬영하고 시선추적 기법에 따라 동공의 위치변화를 추적해 증강현실의 표시정보의 위치를 조정하는 기술입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나타난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은 2009년부터 특허 출원건수가 점증하는 추세를 보이다 2013년 87건에 이르렀습니다. 이 수치는 내비게이션 전체 출원건수인 192건의 절반에 달한 것입니다.
특허 출원된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을 유형별로 보면 2013년 기준 ‘운전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기술’이 43건,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정보 입출력 기술’이 44건으로 집계됩니다.
출원인별로 볼 때 내국인 출원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내국인 출원 가운데 다출원 기업으로는 현대기아차가 15.6%, 현대모비스가 12.9%, 현대엠엔소프트가 5.4%순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차량과 정보통신기술 (ICT)의 융합 기조에 맞추어 완성차 업체와 내비게이션 업체의 협업 추세가 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 개발에서 개인이나 중소기업 출원이 큰 비중 (전체 출원의 36.6%)을 차지하는 것이 눈길을 끄는 대목인데요. 특허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의 경우 생활 밀착형 기술이어서 개인과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가 특허 출원으로 활발히 연결된다”고 설명합니다.
특허청측은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관련한 특허 출원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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