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 여배우의 민낯

입력 2014-09-04 07:10  


[최송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질끈 묶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대충 여민 옷깃. 말하자면 너무도 ‘평범’한 인상.

최근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배우 송혜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얼굴, 몸짓을 하고 대중들 앞에 섰다.

이토록 평범한 인상. 그리고 그 평범함이 낮선 여배우. 사실 송혜교에게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건 비단 나뿐아니라 많은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리라.

하지만 스크린 속, 맞닥뜨린 그의 얼굴은 그저 아픈 아이를 둔 한 아이의 엄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평범한 부모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오히려 주변 분들이 걱정을 하셨죠. 감독님 역시 기분 좋게 캐스팅 하셨다가, 나중에 걱정하신 모양이에요.”

그도 알고 있었다. 송혜교, 강동원이라는 화려한 이름 때문에 겪는 우려들을.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배우들이, 아픈 아이를 위해 세탁 공장의 직원이며 택시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는 젊은 부모를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재용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기도 했다.

“우리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하신 분이니까, 그냥 모든 걸 감독님께 맡겼어요. 연기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관여하지 않았어요.”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17세 소년과 젊은 부모. 철없는 엄마, 아빠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밤새 일해도 힘들지 않은 미라(송혜교)와, 대수(강동원)은 그야말로 “부모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인물이었다.

“롤모델은 저희 엄마에요. 어머니께서 장난기도 많고, 에너지도 넘치시거든요. 오히려 주변에선 엄마랑 딸이랑 바뀌었다고 할 정도에요. 그런 엄마를 보면서, 미라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할 때도 항상 봐왔던 엄마의 모습을 따라갔던 것 같아요.”

친구 같은 모녀. 그는 시종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친구 같다”고 했다. 극 중 가장 어머니와 닮은 부분은 어딘지 물었더니 “17세 미라는 다 엄마 같아요”라며 샐쭉 웃는다.

“엄마한테 어렸을 때 이야기를 되게 많이 들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는데 너무 말괄량이라 동네 분들이 다 싫어했다고 하시더라고요. 17세 미라를 보고 있으면 엄마가 해줬던 이야기들과 똑같아요.”

깊은 우려들을 하나씩 밟아나가는 걸음. 그 걸음은 미라처럼 밝았고, 또한 경쾌했다. 그는 미혼이기 때문에 엄마 역할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를 딛고 ‘친구’ 같은 자신의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있었다.

“만약 영화의 초점이 미라의 모성애에 맞춰졌다면, 진지한 모성애를 연기해야 했다면 망설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행히 친구 같은 엄마고 미라가 제 또래기 때문에 연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을 간략하게 말한다면, 어쩌면 신파극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고, 시종 따듯한 시선으로 한 가족을 바라본다. 그것은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을 택했던 이유기도 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드는데, 보시는 분들이 슬픈 그런 장치가 좋았어요. 신파 안에 캐릭터들이 우울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이 없잖아요. 보시는 분들이 철없고 어린 미라, 대수를 보면서 ‘어휴 저 어린 것들이 어떻게’라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것도 재밌죠. 뭔가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캐릭터들이었다면 관객도 걱정 없으셨겠지만, 미라나 대수가 빈틈이 워낙 많으니까요.”

작품 속 미라는 내내 화장기 없는 얼굴, 질끈 묶은 머리를 한 수수한 인상을 가진 여자다. 여배우라면 스크린 속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조금 더 예뻐 보이고 싶을 법도 하건만. 그는 “송혜교의 연장선상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예뻐 보일 수 있는 장소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광고나 화보 촬영, 기자회견 같은 곳은 꾸미고 나타나니까. 예전부터 작품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예쁘기만을 강조하고, 그렇게 작품에 나오면 보는 분들도 미라가 아닌 송혜교로 보셨을 거예요. 작품에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아요.”

달리 보면 예쁘지 않아도 좋다는 것 같다. 그는 미라에 근접하기 위해 차근차근 다가갔고, 그 결과 수수하고 담백한 인상을 만들어냈다. “육체적으로는 편했겠어요” 말을 건네자 그는 가만히 웃으며 동조한다.

“촬영 준비를 5분도 안 돼서 끝내곤 했어요. 다른 작품은 자면 얼굴이 붓고, 화장도 뜨고, 머리도 눌려서 잠을 못 자잖아요. 그런데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냥 막 눕기도 하고 머리가 눌리건 말건 다시 질끈 묶고 촬영해서 좋았죠. 감독님도 사실적인 얼굴이라고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물론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어려웠지만, 육체적으로는 편했던 것 같아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송혜교와 강동원이 부모가 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도 그렇지만, 아름이(조성목)와의 호흡도 중요했던 터였다.

“성목이가 상당히 어른스러워서요. 앞에서 까불거리고 있으면, 뒤바뀐 느낌이에요. (웃음) 제가 장난을 치면 ‘하하 재밌네요’하고 대꾸한다니까요. 성목이는 영화가 처음이고 제대로 된 연기도 처음일 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짜증 한 번 안 내고 묵묵하게 견뎌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는 것 같고요.”

워낙 무뚝뚝한 아들이라 친해지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송혜교는 “저야 여자고 장난도 걸고 안부도 묻지만 동원 오빠가…”라고 말을 흐린다. 그러더니 “워낙 둘이 무뚝뚝해서 잘 안 되더라고요” 크게 웃는 얼굴은 어딘지 정말 미라를 닮은 것 같다.

“제가 대구에서 오래 살았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데뷔했을 땐, 사투리 쓰지 말라고 많이 혼났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사투리를 못 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두근두근 내 인생’ 찍으면서 선생님과 연습하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동원 오빠도 제가 억양을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잡아주기도 하고요.”

조곤조곤 성실하게 대답하는 사이에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데뷔한 지 17년째지만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 30대부터”였다는 송혜교는 과거 책임감이 없었던 시절을 돌아보며 “촬영 끝나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곧 “현장이 재밌다”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전했다.

“상대방의 연기를 보게 됐어요. 여유도 생기고, 내일 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들이 재밌더라고요. 어려운 신이 있다면 ‘빨리 해치워야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해질까’로 바뀌게 되었어요. 너무 늦게 왔죠. (웃음) 20대 때 작품을 많이 안 한 게 후회 돼요.”

오랫동안 배우로 남고 싶은 마음. 그는 이번 탈세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마음이 무겁다”며 깊은 사과를 더하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영화에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많은 시간 공들인 분들이 많잖아요. 저와 상관없는 분들까지 피해 받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이 자리도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피하기 보다 이렇게 만나 뵙고 사과의 뜻을 전하고,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만큼은 제 몫의 평가를 받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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