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발전당진, 삼탄에 매각 무산…송전망 '날벼락'

입력 2014-09-04 21:39   수정 2014-09-05 03:46

새 인수자 물색도 어려워

예비 송전망 건설비 수천억
부담 느낀 삼탄, 계약 철회
동부건설, 자금 압박 불가피



[ 안대규 / 심성미 / 박종서 기자 ] 지난달 초 동부발전당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삼탄이 계약금 270억원까지 낸 뒤 잔금(2430억원) 납부를 앞두고 갑자기 계약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송전선로 사용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동부발전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왜 무산됐나…“다 지어도 3년 놀릴 판”

삼탄이 인수하기로 한 동부발전당진은 충남 당진에 2018년까지 12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권리가 있는 회사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예비입찰에 6개사가 참여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삼탄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값인 2700억원을 주고 동부건설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 60%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기업의 부실한 행정 처리 탓에 최종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삼탄과 동부발전당진의 주장이다. 동부는 발전소를 건설하면 한국전력이 만든 기존 송전망(765㎸짜리)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작년 2월 한전과 그렇게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후 말을 뒤집었다. 예비 송전망(345㎸짜리)을 35㎞ 구간에 건설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8일 삼탄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는데, 산업부는 지난달 13일 ‘접속설비 등 계통 연계 방안이 명확하지 않으니 한전과 다시 협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산업부·한전 손발 안 맞아 혼선

산업부는 2012년 12월 마련한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 기준 고시’를 근거로 제시했다. 송전망에 과부하 우려가 있으니 예비 송전망을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전은 이런 고시가 이미 있었는데도 동부발전당진과 예비 송전망을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계약을 맺은 셈이다.

삼탄은 민가가 많은 35㎞ 구간에 예비 송전망을 깔려면 수천억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삼탄은 △예비 송전선로가 완공될 때까지 기존 선로(765㎸)를 이용할 수 있다 △동서발전과 동부발전당진의 예비 송전선 비용 부담 비율을 6 대 1로 한다는 내용으로 한전과 합의서를 작성할 것을 동부발전당진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을 철회했다.

발전소 완공 후 3년 이상 가동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예비 송전망은 설계 기간과 주민 보상 등의 절차를 밟아 2021년에 완공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의 동서발전도 똑같은 이유로 2016년 완공되는 발전소를 2021년까지 놀려야 하는 처지다.

동부발전당진 관계자는 “한전과의 계약을 믿고 발전소 공사를 진행했다”며 “한전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예비 송전망을 신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산업부가 고시를 수정한 건 2012년 12월이나 관련 고시에 대한 전기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난 시점은 지난해 8월”이라며 “동부발전당진과 기존 송전망을 사용해도 된다는 계약을 맺은 것은 전기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기 전인 지난해 2월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동부건설이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비 송전선로 건설 비용에 대해 발전사의 손을 들어주거나, 이 같은 조건을 반영해 동부발전당진의 매각가를 대폭 깎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부그룹 자금난 심화

동부발전당진 매각으로 회사채 상환 자금을 마련하려던 동부건설은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

당장 오는 29일 만기가 돌아오는 5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고, 상거래 채권 등 운영자금도 계속 들어가는데 자금을 마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채권단은 동부건설이 9월 만기 회사채를 갚더라도 1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844억원의 회사채 상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건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선택할 경우 동부팜한농 등 일부 계열사의 경영권이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그룹 자구계획안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안대규/심성미/박종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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