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조업 혁신만이 경제 살린다

입력 2014-09-11 20:52   수정 2014-09-12 04:57

제조업은 성장잠재력 확충 수단
구조조정으로 비효율 털어내고
새로운 역량 창출 정책 마련해야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uwon@hri.co.kr >



한국 경제의 전성기는 끝났다. 이는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표현이다. 금융위기 이후 어찌 보면 우리는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제부터 한국 경제의 위상은 점점 추락할 것이다. 경제의 선도 부문인 제조업에 대한 산업 정책 부재에다 기업들의 혜안 부족과 모험정신의 결여 때문이다.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제조업이 경제 내 소득 창출의 주된 원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는 생산된 제품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수출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내수의 기반이 되는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또 제조업은 설비투자의 핵심산업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의 주된 수단이다. 나아가 경제 전체의 기술진보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경제 전반에 파급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경제가 제조업의 힘마저 쇠약해지면 이는 곧 사망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안타깝게도 한국 제조업은 힘에 부치는 형국이다. 신흥공업국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고 선진국의 높은 기술력, 디자인 및 브랜드 가치 등에서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미 후발 주자들에게 경공업 시장을 내준 지 오래다. 철강, 유화, 조선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처절하게 밀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쌍두마차 자동차, IT(정보기술)도 시장을 쫓아가는 데에만 급급해 ‘미래가 없는 현실’에 발이 묶여 있다. 제조업 몰락의 끝은 한국 경제의 몰락일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모두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모두가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는 점이다.

지금 제조업의 혁신이 절실하다. 일부는 이를 기술이나 제품의 혁신으로 한정짓는다. 그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제조업의 혁신은 전면적이고 근본적이며 체질적인 변화, 즉 혁명적이어야 한다. 버려야 할 것과 가지고 가야 할 것을 가려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제조업에서 자본과 노동력의 구조조정, 산업 내에서의 저부가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기업 내 취약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버리고 갈 기술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고기술, 고부가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성을 털어내고 가벼워져야 빠르게 전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는 바닷가 모래알 수만큼의 많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소개에서 벗어나,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과 퇴출 그리고 새로운 분야로의 역량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이것저것 해보면서 잠재력을 훼손하지 말고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모험 정신을 갖고 결단력 있는 자세로 세계 산업 지형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제조업은 남들이 만들어낸 것을 모방하고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는 제품에 기대 성장해 왔다. 그렇게 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곧 한국 제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시기에 제조업의 방향을 바로 세우지 않고 서비스업에 시선을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비스업이 당장의 고용창출에 도움은 되겠지만 제조업의 힘이 취약해진 한국 경제가 서비스업만으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1980년대 이후 고용창출이라는 눈앞의 유혹에 빠져 서비스업 육성에 열을 올렸던 미국이 다시 30년 만에 제조업의 중요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uwon@hr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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