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황제를 알면 자금성이 보인다

입력 2014-09-11 21:43   수정 2014-09-12 03:57

자금성 이야기/이리에 요코 지음/서은숙 옮김/돌베개/276쪽/1만3000원


[ 송태형 기자 ]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 꼭 봐야 할 관광지로 추천받는 곳이 있다. 현지에서 ‘고궁(故宮)’이라고 불리는 자금성이다. 하지만 정작 가보면 처음에는 대단한 위용에 감탄이 나오다가도 이내 비슷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건축물에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자금성 이야기》는 자금성을 소재로 ‘청조 통사’를 흥미롭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청나라 역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저자는 톈안먼에서 출발해 자금성의 주요 건축물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황제를 중심으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더듬는다.

청나라 1대 황제 순치제가 숙부 도르곤과 함께 자금성 남단인 오문으로 입성하는 순간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계의 중심’ 위에 장대한 권력 장치를 형상화해 낸 자금성의 설계, 황제의 집무 겸 생활 공간인 건청궁과 양심전의 특별한 구조, 황후와 비빈들이 생활한 ‘동서 12궁’에 감돌던 평화와 긴장감 등을 시대순으로 절묘하게 엮어 소개한다. 마지막 황제 푸이가 자동차를 타고 성을 떠난 최북단 신무문에 이르면 시간 여행은 끝이 나고, 자금성은 중화민국의 ‘고궁박물원’으로 변신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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