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직접하리?" 이런 분들 활용하려면…

입력 2014-09-12 07:00  

LGERI 경영노트

고령 인력을 재산으로 만들라
실무능력 퇴화·매너리즘 빠져
경험·학습통해 익힌 노하우
후배에 전수하는 시스템 마련할 만

노용진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



업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보상 체계엔 여전히 연공이 중요하다. 최하위 평가를 받더라도 일정 수준의 급여 인상은 이뤄지고 이는 매년 기본연봉에 누적된다. 또 승진을 하면 급여가 대폭 올라 평가가 좋은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가 사라진다.

관행상 평가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몇 번 승진에서 누락되면 나중에 승진되는 경우도 많다. 때가 되면 승진이 되고 상위 직급의 초임으로 급여가 다시 매겨진다. 고령화가 인건비 증가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다.

물론 고령 인력이 받은 만큼 일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근속과 나이가 늘수록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나이를 먹을수록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첫 번째 이유는 노화로 인한 능력 저하다. 한 연구진이 미국 노동국에 등록된 3만568명을 대상으로 약 15년간 능력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20대를 정점으로 나이에 따라 대부분의 능력이 저하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두 번째 이유는 실무능력 퇴화다. 조직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시로 조직구조를 개편하게 된다. 자연히 팀장을 하던 인력이 보직에서 해임되기도 한다. 이 경우 실무를 하지 않았던 기간 자연스럽게 업무 근육이 퇴화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실무자로서 일을 안 할 때다. 실무보다는 ‘관리’를 선호하는 사례다. “내가 이 나이에 직접 하리?”라는 마인드를 갖고 후배에게 일을 시키려고만 한다. 아랫사람이 기획을 해 오면 “옛날에 해 봤는데 안 돼”라며 기를 죽이는 유형도 있다.

매너리즘도 문제다. 직장 경력이 길면 경험과 노하우 면에서 이롭지만, 일에 흥미를 잃고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에 소홀해질 위험도 있다. 고령 인력에게 일을 시키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적합한 일이 마땅히 없을 때다. 특히 입사 선배인 팀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업 인력의 고령화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TV광고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베르디가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때의 나이가 85세였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원시와 근시 겸용 안경을 발명한 나이는 78세였다.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로이드 라이트는 91세까지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일했다는 것을 예로 들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결정화된 지성(Crystallized Intelligence)’은 증가한다고 한다. 결정화된 지성이란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익힌 나름의 노하우와 효율적 일 처리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고령 인력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그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고령 인력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관리를 선호하는 자세를 버리고 현장 실무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에 알던 것과 익숙한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적극 배워나가야 한다.

노용진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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