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추석 전 '실적 우려株'만 골라담은 까닭은

입력 2014-09-12 13:08   수정 2014-09-12 13:08

[ 노정동/이지현 기자 ]
외국계 투자기관의 추석 전 쇼핑이 '실적 우려株(주)'에 집중됐다. 이 같은 뜻밖의 '러브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부진' 금융지주社 주목한 외국계 자문사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BlackRock Fund Advisors)와 특수관계인 9인은 지난 3일 DGB금융지주 주식 671만529주(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보고했다.

이들이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DGB금융지주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 원 가량에 달한다. 블랙록펀드 관계자는 "이 회사 주식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얼라이언스번스틴엘피도 지난 2일 DGB금융지주의 지분을 5.06% 보유하고 있다고 새로 보고했다. 지난달에는 슈로더인베스트먼트와 인베스코에셋매니지먼트 역시 이 회사의 지분을 각각 5%와 1% 늘렸다.

이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사이 DGB금융지주 주가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1만4000원대이던 주가가 최근 1만8000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DGB캐피탈, 유페이먼트, 대구신용정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다. 주수익원은 배당수익으로 자회사의 실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실적은 부진하다. 이 회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요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역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또 비이자 부문 부진 등 수익원이 다양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업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점과 생명보험사 인수로 사업 다각화가 기대된다는 점 등이 '러브콜' 이유로 꼽힌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5일 NH농협금융과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인수에 합의한 바 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합리화 조치 이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조 원 가량 증가했다"며 "금리인하 효과까지 나오면서 가계 대출 수요까지 늘어 은행업종 투자심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반도체·삼천리 '저평가'"

홍콩 투자기관 인베스코홍콩리미티드와 미국의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역시 의외의 종목을 추가 매입했다.

인베스코홍콩리미티드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삼천리 주식 5만3130주를 늘려 지분율이 기존 5.07%에서 6.38%로 높아졌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달 들어서만 7332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같은 날 모건스탠리는 서울반도체 지분율을 키웠다. 5일 기준으로 94만337주를 사들여 지분율이 기존 5.11%에서 6.72%까지 높아졌다.

서울반도체는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은 요주의 종목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3위를 기록하던 서울반도체는 단 2주 만에 8위로 추락했고, 이 기간 시총 1조5000억 원 증발했다. 현재도 7위에 머물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대감이 우려로 변했기 때문이다.

삼천리 역시 수년 전 투자했던 이라크 자원개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회수하지 못한 투자비용 탓에 2분기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들의 실적 부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외국계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투자기관의 의중을 가늠할 순 없지만 삼천리의 경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는 낮은 상황"이라며 "삼천리 종속법인의 실적이 호조를 보여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반도체가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겠지만 4분기부터는 조명 매출 비중이 크게 상승하며 이익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노정동/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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