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스마트폰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
[ 신동열 기자 ] 대한민국에는 ‘고개 숙인 사람’이 많다. 이른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다. 친구와 만나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숙인다. 청소년이든 중년이든 현상은 비슷하다. 지하철 안 풍경이 바뀐 지는 오래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무언가에 열중한다.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검색을 하고…. 방송에선 ‘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는 공익광고까지 내보낼 지경이다. 스마트폰은 분명 인류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이다. 스마트폰 덕에 세상은 좁아지고, 상상력은 무궁히 확장됐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모든 것에 적용되는 명언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중독, 수위를 넘어서다
스마트폰 중독이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75%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중독 위험성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는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만 5세 이상 54세 이하 인터넷 이용자 1만7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은 11.7%로 최근 2년 연속 증가했다.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유·무선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해 인터넷 이용에 대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좁히면 중독현상이 더 심하다. 만 10세 이상 54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55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1.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중 청소년(만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무려 25.5%에 달했다. 전년보다 7.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청소년 4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91.1%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은 집중과 다르다
사람들은 왜 중독에 빠질까. 전문가들은 자극과 내성의 원리로 중독을 설명한다. 작은 자극에 자주 노출돼 내성이 생기면서 점차 큰 자극을 원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나 만화에 몇 시간씩 빠져 있는 것을 집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두뇌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이 흥분과 긴장에 빠져드는 것은 중독이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집중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빠지면 집중을 방해하는 뇌파인 ‘하이베타(High-Beta)’가 활성화되고, 공부에 몰입할 때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수면 부족, 성적 하락, 사회적 이탈 등 청소년들이 치르는 대가도 엄청나다. 학습기회 손실만도 연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의 독을 해소하다는 뜻이다. ‘디지털’에 독을 해소한다는 의미의 ‘디톡스’가 결합된 말로 디지털의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듯 스마트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임으로써 정신적 회복을 꾀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은 전자파로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더러 중독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명기기의 주인이 되라
‘군자는 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
《순자》 수신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어떤 물건이나 물질에 종속돼 자아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종속되는 것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만은 아니다. 때로는 편견에 종속되고, 때로는 아집에 매몰돼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삶의 패턴 자체를 바꾼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기술의 덫에 빠져 인간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인간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주인적인 삶을 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 중독되고, 스마트폰에 중독돼 균형된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임을 포기하는 셈이다. 문명의 이기도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그 가치가 더 빛이 나는 법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신동열 기자 ] 대한민국에는 ‘고개 숙인 사람’이 많다. 이른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다. 친구와 만나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숙인다. 청소년이든 중년이든 현상은 비슷하다. 지하철 안 풍경이 바뀐 지는 오래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무언가에 열중한다.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검색을 하고…. 방송에선 ‘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는 공익광고까지 내보낼 지경이다. 스마트폰은 분명 인류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이다. 스마트폰 덕에 세상은 좁아지고, 상상력은 무궁히 확장됐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모든 것에 적용되는 명언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중독, 수위를 넘어서다
스마트폰 중독이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75%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중독 위험성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는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만 5세 이상 54세 이하 인터넷 이용자 1만7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은 11.7%로 최근 2년 연속 증가했다.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유·무선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해 인터넷 이용에 대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좁히면 중독현상이 더 심하다. 만 10세 이상 54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55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1.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중 청소년(만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무려 25.5%에 달했다. 전년보다 7.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청소년 4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91.1%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은 집중과 다르다
사람들은 왜 중독에 빠질까. 전문가들은 자극과 내성의 원리로 중독을 설명한다. 작은 자극에 자주 노출돼 내성이 생기면서 점차 큰 자극을 원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나 만화에 몇 시간씩 빠져 있는 것을 집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두뇌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이 흥분과 긴장에 빠져드는 것은 중독이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집중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빠지면 집중을 방해하는 뇌파인 ‘하이베타(High-Beta)’가 활성화되고, 공부에 몰입할 때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수면 부족, 성적 하락, 사회적 이탈 등 청소년들이 치르는 대가도 엄청나다. 학습기회 손실만도 연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의 독을 해소하다는 뜻이다. ‘디지털’에 독을 해소한다는 의미의 ‘디톡스’가 결합된 말로 디지털의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듯 스마트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임으로써 정신적 회복을 꾀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은 전자파로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더러 중독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명기기의 주인이 되라
‘군자는 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
《순자》 수신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어떤 물건이나 물질에 종속돼 자아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종속되는 것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만은 아니다. 때로는 편견에 종속되고, 때로는 아집에 매몰돼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삶의 패턴 자체를 바꾼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기술의 덫에 빠져 인간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인간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주인적인 삶을 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 중독되고, 스마트폰에 중독돼 균형된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임을 포기하는 셈이다. 문명의 이기도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그 가치가 더 빛이 나는 법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