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짜2’ 최승현, 이상한 나라의 남자

입력 2014-09-13 07:05   수정 2014-09-22 14:45


[최송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다른 차원에 있다.

진지하게 질문에 대해 고민하다가도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스크린 너머에서 맞닥뜨린 눈빛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에서는 “강형철 짱” “둠다다 디디다다”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반복된다. 눈빛은 변하지 않는다. 목소리 또한 그렇다.

최근 영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배우 최승현은 그야말로 다른 차원의 인물 같았다. 한 마디, 한 마디들이 다른 차원의 언어들 같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은 또 다른 힘을 갖는다. 이상하다. 그래서 최승현 같다.

궁금한 걸 물어도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약삭빠르게 다른 길로 빠지는 건지, 정말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궁금해진다. “우 사장에게 결정적 한 마디를 남기는 대길의 심정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무엇이 우 사장을 폭주하게 만든 걸까요?” 물었더니 “실제로는 누나 귀에 둠다다 디디다다라고 중얼거렸어요”라며 씩 웃는다. 그의 솔로곡 ‘둠 다다(DOOM DADA)’의 한 구절이었다. 피 웃어버렸더니, 다시 진지하게 질문을 파고든다.

“되게 차가운 말, 내가 변한 걸 보여준 걸 표현했을 것 같아요. 날 변하게 만든 당사자니까요. 막상 찍을 땐 하늬 누나를 웃기려고 랩을 했어요. 둠다다 디디다.”



장난기 어린 얼굴로 웃는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던지는 답변에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있다. 그는 원작 만화 ‘타짜’를 꼼꼼히 읽으며 “원작 만화의 매니아들을 실망시키기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앞서 스스로를 ‘타짜’ 팬들의 대변인이라 일컬었던 것처럼. 막중한 사명감과 무게였다.

“제가 만화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성향이나 개성을 충실히 따라가려고 노력했죠. 워낙 개성 넘치는 인물 많이 나오니까요. 빠질 때 빠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한대길은 이거야’라고 해서 제가 너무 오버하지 않는 것. 그래야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요.”

작품에 대한 무게가 느껴져 “부담감이 컸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아니요”라고 즉답했다. 작품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 그러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태도는 한 대길과도 밀접하게 닿아있다.

“이미 단단해진 상황이라 부담감은 없었어요. 출발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출발하는 순간에는 확신이 있었죠. 오히려 빨리 보여주고 싶었어요. 촬영 당시 우려와 기대가 많다는 이야길 듣고 신이 났어요. 이미 찍어놓은 상태고, 단단해진 상황이니.”

원작 만화 ‘타짜’와 영화 ‘타짜’가 대 흥행을 거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타짜-신의 손’은 원작의 변주였으므로.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최승현이 가장 어렵게 느꼈던 것은 무엇일까. “가장 버거웠던 건 뭐예요?” 질문을 던지자 예상치 못했던 답이 날아온다. 역시나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걸 하는 것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어요. 전 평소에 반팔 티셔츠도 안 입는 단 말이에요. 여름에도 긴팔 셔츠를 입어요. 피부 보이는 걸 꺼리는데 다 노출해야 하고, 첫 멜로에 두 여성과…. 도대체 한 대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민도 해야 하고요. (웃음)”

빅뱅이라는 아이돌 그룹, 거기에 20대 남자 배우가 이다지도 노출을 꺼린다는 게 흥미로웠다. “벗고 치는 고스톱 장면이 정말 힘들었겠어요” 운을 떼자 그는 “다 사연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장면이라서 기운이 엄청났어요”라고 대답했다.

“놀 땐 재밌는데, 막상 슛 들어가면 기운이 엄청 세니까. 그걸 살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다시는 노출 신을 찍지 않을 거예요. 이게 제 마지막 노출 신이에요. (웃음) 처음엔 섹슈얼한 장면이 아닌 진정성 때문에 촬영에 임했어요. 그저 몸에만 눈길이 가는 장면이 아니라서요.”


배우들의 노출에는 두 가지 반응이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싶은 소모적인 장면과 보는 이가 부끄럽지 않은 ‘이유 있는’ 장면. 그런 면에서 ‘타짜’는 후자의 자세를 취한다. 최승현은 “야하게 그려지지 않고 갈 까지 간 도박꾼들이 치열해서” 재밌었다고 더했다.

그렇다면 벗는 것과 벗은 걸 보는 것 중, 최승현을 더 괴롭게 만든 건 무엇일까? 그에게 물었더니 최승현은 “둘 다”라며 멋쩍게 웃는다.

“쑥쓰럽고 민망하고, 어색하고 뻘쭘하고. (웃음) 원작을 보면 장동식(곽도원)이 자기가 벗고 치자고 해놓고 멋쩍어서 하는 대사에요. 딱 이 마음이었죠.”

너무도 다른 타입의 여성. 대길은 우사장(이하늬)와 허미나(신세경)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종국에는 첫사랑 허미나에게 정착했다.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를 묻자 그는 “영화의 몰입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전 터프한 여자는 개인적으로 안 좋아해요. 우사장처럼 섹시한 여자도요. 전 순한 여자, 착한 여자가 좋아요.”

몰입을 깰 수 있다고 조심스레 운을 뗐지만, 실상 극 중 한대길은 그야말로 ‘케미스트리 메이커’이었다. 허미나와는 물론이고 우사장, 고광렬(유해진), 찰리(이동휘)와의 케미스트리까지. 더할나위 없었다.

“유해진 선배, 신세경 씨, 이하늬 씨. 모두 좋았어요. 특히 유해진 선배랑 함께 연기한다는 게 좋았죠. 고광렬이 있기에 대길이 가장 따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고광렬이라는 인물이 공간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해진 선배랑 있는 것만으로도 따듯해서 좋았어요.”

극 초반, 대길이 허미나에게 첫눈에 반했던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길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그 내면에 존재하는 것은, 어린시절의 순수함이었던 것이다. “소꿉친구는 어른이 된 뒤 만나도, 만나는 순간 어린 아이가 되는 것”처럼. 대길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미나 앞에서는 그저 어린 아이가 됐다.

“우사장과는 그야말로 짜릿한. (웃음) 만화 속 우사장이 제 눈앞에 있는 것 같고 그랬어요. 제가 연상녀들을 좋아했거든요. 맛있는 거 사줄 것 같고, 집에 데려다 줄 것 같고. (웃음)”


최승현과 함께 ‘타짜2’를 되짚다 보면 그가 얼마나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은지. 그리고 작품에 대한 목소리를 얼마나 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직접 사비로 의상을 준비했고 “피팅만 한 달”이란 시간을 거치며 “대길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팝아트적 성향”을 완성했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자신만의 대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의견 냈던 것 중에 편집된 건, 제가 미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부분이 다 애드리브거든요. 제가 미나에게 ‘차 조심하고. 너 너무 귀여워. XX, XX 귀여워!’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사실 조금 더 많이 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걸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죠. 강형철 감독님 짱.”

이따금씩 맞닥뜨리는 최승현의 얼굴에서 개구지고, 자유로운 한대길을 봤다. 그의 원래 성격을 배제하고, 순전히 영화적 필모그라피만 따라가다 보면 한대길이라는 인물은 다소 낯선 선택 같다. “작품 선택의 방향이 달라진, 큰 이유가 있나요?” 묻자 “전엔 심리상태가 어두웠나 봐요”라며 웃는다.

“어두운 게 끌렸어요. 그런데 딱 변화하고 싶을 때 한대길이라는 역할을 만나게 된 거죠. 하지만 아직 그런 것을 단정 짓기에 아직 어린 배우라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안 어울리던 연기도 30대나 40대엔 더 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감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어울리는 걸 추구하기에는 어린 나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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