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능형 반도체
삼성, 메모리·비메모리 기술 앞세워 상용화 '박차'
구글·페이스북까지 지능형 반도체 투자 시작
[ 남윤선 기자 ]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국이다. 삼성전자는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오른 뒤 줄곧 수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는 4위다. 매출로 따지면 1위인 인텔의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시스템 반도체쪽 사업 전망이 우울한 것은 아니다. 판을 뒤집을 만한 다양한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PIM)’다.
메모리 반도체에 데이터 처리 능력을 더한 PIM은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사업의 강자는 물론 인텔, IBM, 퀄컴 등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PIM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여기에 구글, 페이스북까지 가세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간의 뇌를 닮은 메모리 반도체
PIM은 저장 작업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작업을 하는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것이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는 완전히 별도로 구동되고 있다. 이 둘을 합친 이유는 인간 뇌의 구조를 흉내내기 위해서다. 인간의 뇌는 2L 정도의 용량밖에 안되지만, 종합적인 사고 능력은 컴퓨터를 능가한다.
반도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는 각각 별도로 진화해 왔다. 프로세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연산을 해내는 것이 목표였다. 반면 메모리는 적은 전력을 쓰면서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출력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데 집중해 왔다. 즉 데이터 처리는 프로세서의 연산→연산한 데이터를 메모리 반도체에 전달→메모리 반도체가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프로세서에 전달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최근에 스마트폰, PC 등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생겨났다.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주고받는 데이터 양이 폭증하면서, 둘 사이에 ‘체증’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수학자 폰 뉴먼의 이름을 따 ‘폰 뉴먼 병목’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학자들이 뇌의 뉴런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런 병목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PIM 연구는 199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D램 용량이 너무 작아 기술이 상용화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엔 D램 용량이 충분히 커진 데다 메모리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PIM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주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전무)은 “수십억개의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되는 IoT 시대에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PIM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PIM은 프로세서 중심의 기존 컴퓨터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빅데이터 시대를 여는 열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궁무진한 미래시장…누가 가져갈까
당장 PIM 시장 규모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이 늘고 IoT 시대가 열리면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의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두 개 이상의 PIM을 포함한 형태가 될 것”이라며 “가전제품끼리 서로 소통하고 연결하려면 PIM을 장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인텔, 퀄컴 등에 밀려왔다. 하지만 PIM 시대에는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서다.
최 전무는 “수준 높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없으면 PIM을 만들 수 없다”며 “PI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상용화가 가능한 PIM을 조만간 내놓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잇따라 PIM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론만 고집할 수 없다. IBM은 지난달 7일 세계 최초로 양산형 PIM인 ‘트루 노스’를 개발하고 관련 내용을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IBM의 다르멘드라 모드하 박사는 “트루 노스를 통해 시(視) 지각 능력을 갖춘 시각장애인용 안경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이미 자체적인 PIM의 초기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도 PIM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한 경험도 있는 데다 엄청난 크기의 데이터 저장 센터를 운영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쌓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 PIM
D램 메모리에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미래형 반도체다. 기존엔 프로세서와 메모리 기능이 완전히 분리돼 둘 사이에 정보가 오가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잦았다. PIM을 활용하면 메인 프로세서에 연산 작업이 몰려 과부하가 생기는 일이 없어지고,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정보 병목현상이 사라져 처리 속도도 빨라진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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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비메모리 기술 앞세워 상용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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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윤선 기자 ]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국이다. 삼성전자는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오른 뒤 줄곧 수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는 4위다. 매출로 따지면 1위인 인텔의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시스템 반도체쪽 사업 전망이 우울한 것은 아니다. 판을 뒤집을 만한 다양한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PIM)’다.
메모리 반도체에 데이터 처리 능력을 더한 PIM은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사업의 강자는 물론 인텔, IBM, 퀄컴 등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PIM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여기에 구글, 페이스북까지 가세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간의 뇌를 닮은 메모리 반도체
PIM은 저장 작업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작업을 하는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것이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는 완전히 별도로 구동되고 있다. 이 둘을 합친 이유는 인간 뇌의 구조를 흉내내기 위해서다. 인간의 뇌는 2L 정도의 용량밖에 안되지만, 종합적인 사고 능력은 컴퓨터를 능가한다.
반도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는 각각 별도로 진화해 왔다. 프로세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연산을 해내는 것이 목표였다. 반면 메모리는 적은 전력을 쓰면서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출력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데 집중해 왔다. 즉 데이터 처리는 프로세서의 연산→연산한 데이터를 메모리 반도체에 전달→메모리 반도체가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프로세서에 전달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최근에 스마트폰, PC 등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생겨났다.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주고받는 데이터 양이 폭증하면서, 둘 사이에 ‘체증’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수학자 폰 뉴먼의 이름을 따 ‘폰 뉴먼 병목’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학자들이 뇌의 뉴런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런 병목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PIM 연구는 199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D램 용량이 너무 작아 기술이 상용화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엔 D램 용량이 충분히 커진 데다 메모리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PIM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주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전무)은 “수십억개의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되는 IoT 시대에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PIM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PIM은 프로세서 중심의 기존 컴퓨터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빅데이터 시대를 여는 열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궁무진한 미래시장…누가 가져갈까
당장 PIM 시장 규모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이 늘고 IoT 시대가 열리면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의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두 개 이상의 PIM을 포함한 형태가 될 것”이라며 “가전제품끼리 서로 소통하고 연결하려면 PIM을 장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인텔, 퀄컴 등에 밀려왔다. 하지만 PIM 시대에는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서다.
최 전무는 “수준 높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없으면 PIM을 만들 수 없다”며 “PI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상용화가 가능한 PIM을 조만간 내놓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잇따라 PIM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론만 고집할 수 없다. IBM은 지난달 7일 세계 최초로 양산형 PIM인 ‘트루 노스’를 개발하고 관련 내용을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IBM의 다르멘드라 모드하 박사는 “트루 노스를 통해 시(視) 지각 능력을 갖춘 시각장애인용 안경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이미 자체적인 PIM의 초기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도 PIM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한 경험도 있는 데다 엄청난 크기의 데이터 저장 센터를 운영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쌓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 PIM
D램 메모리에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미래형 반도체다. 기존엔 프로세서와 메모리 기능이 완전히 분리돼 둘 사이에 정보가 오가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잦았다. PIM을 활용하면 메인 프로세서에 연산 작업이 몰려 과부하가 생기는 일이 없어지고,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정보 병목현상이 사라져 처리 속도도 빨라진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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