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기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박 위원장의 ‘안경환(서울대 명예교수)·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카드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까지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승희 의원은 14일 당내 강경파 모임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자리였다”며 “참석자 전원이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박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공동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선 “나중에 더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유 의원 외에 노영민 오영식 최규성 최재성 우원식 이목희 홍영표 김용익 김현 도종환 은수미 이원욱 전해철 최민희 의원 등 계파를 떠나 다양한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3선 의원 모임, 고 김근태 전 의원 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재선 위주로 구성된 ‘더 좋은 미래’ 등 그룹별 회동을 잇따라 열고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 모임에서는 대부분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밤 일부 핵심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원내대표직까지 내놓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래도 반대, 저래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대로 할 수 있겠는가. 헤쳐나갈 수 없다”며 “내가 책임지고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선 탈당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의 재건과 혁신을 위해 ‘혁신형 비대위’로 출범한 ‘박영선 호’가 한 달여 만에 좌초할 공산이 커졌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당 리더십이 ‘진공 상태’가 된다는 점에서 당내 중진을 비롯한 박 위원장의 주변 인사들이 적극 만류하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 김한길 문재인 문희상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당내 중진 5인이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직 유지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박 의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비대위원장 파동으로 세월호 국회 등원 문제는 실종, 국정원 댓글 재판은 묻히고 민생문제는 흘러간다”며 “박 위원장이 사퇴한다면 해결되나요. 갈등은 또 시작된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더 협상하고 의원들도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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