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마구 늘린 국회…재원 마련 增稅엔 '딴죽'

입력 2014-09-14 21:05   수정 2014-09-15 04:00

무상보육·기초연금 예산 급증 '복지 디폴트' 우려
담뱃세 등 인상에 野 '서민증세' 반발…與도 비판



[ 임원기 기자 ]
정부가 10여년 만에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영업용) 등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세’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우회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여야가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데 원인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표심을 얻기 위해 복지예산을 무턱대고 늘려놓고 재원 마련에는 ‘나 몰라라’ 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번번이 증세 논란 부추겨

안전행정부는 지난 12일 ‘2014 지방세법개편안’에서 주민세와 자동차세(영업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1만~2만원으로 올리고 영업용 자동차세를 2017년까지 100%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예산 급증으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복지 디폴트’를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회는 ‘서민 증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음성적 세원 발굴로 복지재원을 충당하겠다고 큰소리치던 박근혜 정부가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11일 정부가 담뱃세 인상 등을 통해 담뱃값을 2000원 올리겠다는 방안에도 ‘서민 증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2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세수 증대를 노리고 담뱃값을 인상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지난해 정부가 2013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연봉 3450만~7000만원 구간에 있는 근로자에게 월평균 1만3000원의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내놓자 이에 대해서도 ‘서민 증세’라며 반대했다.

이 같은 부분 증세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판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상폭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등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재원 마련 대안 있나

하지만 복지예산이 연간 100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폭증한 것은 국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자체 재정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무상급식이 확대되면서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한 무상급식 공약으로 2010년 5630억원에 머물던 예산은 올해 2조6239억원으로 3.7배나 늘어났다. 이후 무상보육(2014년 예산 3조3000억원), 기초연금(2014년 예산 5조2000억원)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주도권을 다툰 복지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급증하는 복지예산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많지 않다. 경기 침체로 세수까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주장대로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추진하는 방안은 기업 투자심리와 경제 활력을 오히려 훼손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야당이 밀어붙여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율 최고구간 하향 조정(3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경우 세수 증대 효과가 3200억원에 불과하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세금을 늘리는 것 외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무턱대고 증세로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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