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추천 여행지] '핀란드의 홍대' 칼리오, 청춘의 심장이 뛴다

입력 2014-09-15 07:00   수정 2014-09-16 16:18

[ 최병일 기자 ] 헬싱키는 물이 풍부한 항구 도시다. 핀란드 주변의 발틱해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바다여서 염분이 적기 때문에 겨울이면 3~5개월 이상 얼어있기도 한다. 그래서 헬싱키를 관광할 때는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는 제빙선을 보는 것도 관광 코스 중 하나다. 헬싱키로 들어오는 배를 타고 도시 쪽을 바라보면 언덕 위에 유난히 우뚝 솟은 건축물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헬싱키 대성당과 러시아 정교회다. 두 곳 모두 헬싱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며 1순위로 찾는 곳이다.


헬싱키의 숨은 명소, 암석교회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중에는 암석교회도 있다. 템펠리아우키온 교회다. 거대한 암석 지형에 구멍을 뚫어 교회를 만들고 둥근 지붕을 얹었는데, 핀란드 건축의 독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암석의 면이 그대로 드러난 교회 내부도 독특하거니와 둥글게 둘러싼 유리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따스한 위로를 먼저 전해준다. 여기까지는 여느 가이드북에도 다 나오는 유명한 곳들이다.

하지만 암석교회의 명성에 가려진 숨은 명소가 한 군데 더 있다. 나무로만 지어진 캄피 교회다. 헬싱키에서 가장 번화한 캄피 광장 한쪽에 11m가 넘는 높이로 우뚝 서 있다. 배의 선수 부분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데, 십자가도 달려 있지 않아 그냥 지나가면 교회인 줄도 알기 어렵다. 2012년 개관했으며, 건축 부분에서 완공 이전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이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고요’다. 내부로 들어서면 주변의 소음과 번잡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조용한 침묵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카모메 식당도 유명한 명소다.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동명의 일본 영화에 등장하며 일본과 한국 관광객에게 유독 사랑받았다. 영화에 등장했던 커피와 시나몬 롤도 진짜 메뉴로 팔길래 조식 대신 사먹었다. 나오는 길에 보니 웬걸, 동네의 멋쟁이들은 모두 카모메 식당 바로 옆 카페인 쿠마에 앉아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스타일 좋은 현지인들이 모델처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알고 보니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케이크와 커피가 유명한 현지인들의 명소다.

헬싱키의 뜨는 동네, 칼리오

어느 도시를 가나 꼭 물어보는 것 중 하나는 “요즘 어디가 뜨는 곳이냐?” 하는 것이다. 마리메코의 패션 디자이너들과 헬싱키 작가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하나같이 ‘칼리오’를 추천해 준다. 원래는 도시 노동자들이 살던 동네로, 집값이 싸다보니 이 동네에 하나둘 독특한 숍과 공간들이 생겨났다. 감각 좋은 빈티지 숍과 클럽,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힙스터들의 아지트로 변모하는 중이다. 홍대의 초기 같은 모습으로, 젊고 자유로운 감성의 친구들이 주로 모인다.

1960~1970년대의 핀란드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반하 카아알(Wanha Kaarle)과 칼리오 공원 위쪽의 빈티지 부티크 숍 프리다 마리나(Frida Marina)를 가볼 만하다. 밤에는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산드로(Sandro)와 옴푸(Om Pu) 분위기도 좋다. 도시 안에서 유일하게 치안이 별로 안 좋은 동네이기도 하니, 밤 늦은 시간이라면 신경써서 다니는 것이 좋겠다.

바다를 바라본 사우나

헬싱키에서 만난 한국 작가 아무(AAMU) 씨가 소개해준 곳 중에 ‘쿨투리사우나(kulttuurisauna)’라는 곳이 있다. 1년 전에 문을 연 이곳은 하카네미 바닷가 앞에 지어졌다. 15명씩 들어갈 수 있는 남녀 각각의 사우나실에서 몸을 뜨끈하게 덥힌 후 바닷가로 뛰어가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조용히 안마당에 앉아 몸을 식힐 수도 있다. 전시나 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 쿨투리(영어로 컬처란 뜻), 즉 ‘문화 사우나’란 이름을 붙였다. 이 사우나를 기획한 핀란드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아무 작가와 함께 한국 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영감으로 쿨투리사우나 건물의 기둥을 대청마루의 배흘림 기둥처럼 만들었다. 그곳에 가면 어떤 것을 말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헬싱키에서 가볼 만한 디자인 숍

●프리다 마리나 (Kaarlenkatu 10)

귀여운 카페가 함께 있는 빈티지 부티크 숍. 중고 제품의 옷 상태가 매우 훌륭하고 오래된 접시와 집안 장식 용품도 많다.

●옴푸 (ompu.fi)

평일 밤에도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다. 친절한 사람들이 종종 말을 걸기도 한다. 곰 얼굴이 그려진 카르후(Karhu) 생맥주를 시켜먹자.

●반하 카아알(kaarlenkatu 12)

세컨핸드 숍. 주로 1960~1970년대 핀란드 디자인 제품을 판매한다. 조명과 주방 용품이 많다. 유명 브랜드의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이 많아 가격이 싸지는 않다.

●쿨투리사우나 (kulttuurisauna.fi)

바다를 바라보며 사우나를 할 수 있고, 더우면 바다에서 수영도 할 수 있는 핀란드식 사우나다. 지난해 개장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작가들과 현지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헬싱키 글·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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