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택배주 부진에 대한 우려 완화에 나섰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택배주인 CJ대한통운은 최근 이틀간 11.2%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진도 5.3% 밀려났다.
택배주 부진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농협'이다. 농협은 현재 택배 단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택배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00억 원을 투입해 중소 택배업체를 인수하고 설비투자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검토는 지난 달부터 본격화됐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달 간부회의에서 "농축산물 직거래 비용 절감 측면에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농협이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농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우체국 택배가 최근 토요일 배송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농민들이 농축산물 배송에 어려움을 겪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직접 택배시장에 진출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1위는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 등 5개 업체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 조직망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소식이 CJ대한통운, 한진 등 국내 대표 택배주들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농축산물 택배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농축산물 위주의 택배사업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농민은 지방 거점이 많고 접근성이 뛰어난 우체국이 주거래 택배사"라며 "농협이 택배시장이 진출해도 기존 거래 택배사인 우체국택배의 물량이 농협으로 이전돼 일반 택배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1000억 원 자금으로 중소형 택배사를 인수하고 설비투자를 한다는 계획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택배 물동량의 70%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진출하려면 해당 지역에 택배터미널을 마련해야 하지만 1000억 원 투자로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농협이 '현재 택배 단가보다 저렴하게 택배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는 계획도 그간 주로 거래했던 우체국 택배의 단가가 주요 택배사보다 높았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농협의 단가 기준은 우체국 택배 단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체국이 우편사업 적자로 택배 단가를 인상한 상황에서 농협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무리"라며 "민간 사업영역에 준공기업이 진출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그룹도 택배사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금융업체인 오릭스로부터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지분 35%를 1250억 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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