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D-2] '멘탈 甲' 김효주…"LPGA 명예의 전당 오르고 싶다"

입력 2014-09-15 19:19   수정 2014-09-16 05:34

김효주, 에비앙 이어 국내 최고 메이저 챔프 도전

17번홀 뒤땅치고 파세이브…18번홀 재역전 버디
작년 무승 부진 씻기 위해 동계훈련서 체력 보강



[ 한은구 기자 ]
“박세리 언니처럼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싶어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메이저 퀸’에 등극한 김효주(19·롯데)가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를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백전노장’ 캐리 웹(40·호주)의 간담을 서늘케 하며 막판 재역전극을 펼친 모습은 동료 선수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시상식장에서 김효주에게 “플레이하는 것을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김효주는 우승 직후 아마추어 시절 랭킹 1, 2위를 다투던 리디아 고(17·뉴질랜드)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김효주가 프로로 전향할 때 리디아 고가 1위, 김효주는 2위였다. 두 선수는 내년부터 프로무대에서 ‘넘버 원’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김효주는 15일(현지시간)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골프를 시작할 때 텔레비전에서 박세리 프로를 보면서 자랐고 언젠가는 언니처럼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효주는 이어 “미국 LPGA투어 진출 여부는 귀국 후 여러 사람과 상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17번홀 뒤땅치고 파세이브

김효주가 마지막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마스터스GC 17, 18번홀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의 멘탈이 얼마나 강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웹에게 1타 차로 뒤져 있던 김효주는 17번홀(파4)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시도했다. 어이없는 뒤땅치기가 나오며 공은 50야드 정도 전진하는 데 그쳤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미스샷으로 우승이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효주는 세 번째 샷을 홀 50㎝ 옆에 붙여 파세이브를 해냈다.

가장 어려운 홀로 손꼽히는 18번홀(파4)에서 웹은 4번 아이언으로 그린 에지에 공을 올려 파가 무난해 보였다. 김효주는 페어웨이 우드를 꺼내 두 번째 샷을 했고 홀 3.5m 지점으로 공을 보냈다. 웹의 우승이 확실해 보였으나 웹의 어프로치샷이 홀을 3m가량 훌쩍 지나가면서 보기가 됐고 김효주가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1, 2위가 뒤바뀌었다.

김효주는 “기회가 왔을 때 우승을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그래서 더욱 긴장했지만 막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한층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웹은 경기 후 “김효주의 18번홀 두 번째 샷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퍼트는 19세 선수 같았지만 샷만큼은 완벽하게 노련했다. 대단한 플레이였다”고 칭찬했다.

○3연속 메이저 우승 도전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으로 5년간 미 LPGA투어 풀시드를 확보한 김효주는 내년 미 LPGA투어 진출 여부에 대해 “미국 LPGA투어는 이동거리가 길어 체력 소모가 심하다. 일단 몸을 만들고 나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계속 출전할 것”이라며 “이번주 열리는 KLPGA투어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올 시즌 KLPGA투어 첫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오는 18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아일랜드CC에서 개막하는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까지 석권하면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하게 된다.

○올해 모든 것 바꾸고 새롭게 출발

김효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클럽, 볼을 다 바꾸고 캐디도 새로 구했다. 클럽은 타이틀리스트에서 요넥스로, 볼은 스릭슨으로 교체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데 대해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김효주는 “클럽과 볼에 예민하지 않아 괜찮다”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자신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무승에 그쳤다. 20개 대회에서 ‘톱10’에 14차례 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1승도 못 건졌다. 김효주는 “지난해 준우승만 네 차례 하고 제가 바보 같다고 느꼈고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부진의 원인을 체력에서 찾았다. 그는 “스윙은 문제가 없는데 치면 공이 전부 ‘삐뚜로’ 갔다”며 “체력이 떨어지니 공이 원하는 대로 안 가고 쇼트게임 집중력도 떨어져 중요한 순간에 실수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김효주는 지난겨울 미국에서 매일 트레이너와 헬스를 하고 농구도 하며 체력을 보강했다. 동계 훈련 기간에 집에 딱 이틀밖에 가지 않았을 정도로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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