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팔린다…하우스푸어 '숨통'] 꿈쩍않던 용인·김포도 주택거래 늘어…"4년만에 하우스푸어 탈출"

입력 2014-09-15 21:27  

거래 증가·집값 상승 기대감 확산에…
정부 매입 '희망임대리츠' 신청자 크게 줄어
'디딤돌 대출' 몰리고 '공유형 모기지'는 감소



[ 김보형/이현일 기자 ]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대출금을 갚느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온, 57만가구로 추산되는 하우스푸어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 수요 확대와 신도시 개발 중단 등 공급 축소를 담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기존 주택 거래가 늘고 있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주택’이 속출하던 경기 용인과 파주, 김포 아파트들도 거래 증가와 함께 매매 가격도 회복세를 띠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금 상환부담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시장서 집 매각하는 하우스푸어

나아진 하우스푸어의 형편은 정부가 이들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희망임대주택리츠’ 접수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1차 접수 당시 500가구 모집에 1100가구가 신청해 2 대 1을 웃돌던 경쟁률이 11월 2차 때는 1.6 대 1로 낮아졌다.

현재 접수 중인 3차 사업에서는 1.2 대 1까지 더 떨어졌다. 이번 3차 때부터는 대출금이 많은 전용 85㎡ 초과 중대형까지 매입 주택을 확대했음에도 경쟁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고주택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진 하우스푸어들이 서류 심사와 감정평가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리츠에 접수를 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남부와 서북부 지역의 대표적 침체지역인 용인과 파주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 건수는 각각 1394건과 332건으로 작년 동월보다 11%와 6% 증가했다. 올해 초 미분양 가구에 대해 할인분양을 하려는 건설사와 이에 반발하는 집주인들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던 김포시 운양동 H아파트는 최근 매매 시세가 분양가 수준까지 올랐다.

운양동의 한 중개업소 이모 사장은 “분양가가 약 4억3000만원이었던 전용 105㎡ 아파트가 지난달 4억2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매수세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집값 오른다” 집 사는 실수요자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신혼부부 7000만원 이하) 서민 대상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 대출’의 지난달 실적은 7232억원(7702건)으로 7월 7086억원(7468건)보다 증가했다. 주택 거래 비수기인 8월 대출 실적이 이례적으로 전달보다 늘어난 것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대출금리가 연 1~2%로 디딤돌 대출(연 2.6~3.4%)보다 저렴해 ‘로또 대출’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던 ‘공유형 모기지’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는 점도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공유형 모기지 대출 실적은 462억원(358건)으로 4월 1250억원(970건) 이후 4개월째 줄었다.

집값 하락 우려로 내집 마련을 미루는 실수요자들의 매매전환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공유형 모기지는 대출금리가 낮은 대신 집값 상승이나 하락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을 매각 때 국민주택기금과 나눠야 한다. 집값이 매입 때보다 떨어질 경우 손해를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오를 경우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주택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집값이 오를 경우 집주인의 이익이 줄어드는 공유형 모기지 대신 이익을 모두 가질 수 있는 디딤돌 대출로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이현일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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