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동네 군기반장이 납품사 직원
라이벌 동료가 내 상사로 오는 '불상사'
아! 사직서를 부르는 惡緣들이여…
[ 김인선/박수진/안정락/황정수 기자 ]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강모 차장과 같은 팀 김모 과장의 악연은 사내에서 유명하다. 강 차장이 신입사원이던 시절, 그의 직속 선배는 다름 아닌 김 과장이었다. 당시 김 과장의 ‘선배질’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입사 첫날부터 강 차장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고, 맘대로 주말근무를 대신 서게 하는 등 직장 선배가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서슴지 않았다. 강 차장은 “이 치욕을 갚기 위해서라도 빨리 진급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세월이 흘러 강 차장과 김 과장의 직위는 역전됐다. 강 차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원들에게 김 과장의 과오를 이야기한다. 주위에서 “과거지사 이제 다 잊고 용서하라”는 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당하지 않고서는 그런 치욕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일축한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게 사람의 인연(因緣)이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한 번 맺은 인연은 되돌이킬 수 없으니 김과장 이대리의 한숨도 늘어간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
과거 악연에 대한 복수는 잔인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지방 중공업체에 다니는 김모씨는 최근 하청업체에 전화를 돌리던 중 어린 시절 원수인 박모씨가 이 업체에 근무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릴 적 김씨는 박씨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허구한 날 얻어맞는 신세였다. 어린 시절 철저히 ‘을(乙)’이었던 김씨는 이제 상황이 역전된 것을 알게 된 것. 그는 “납품 기한을 늦춰달라”고 박씨로부터 요청이 오자마자 “원칙대로 일하자”고 일축했다.
군 생활 때 얽힌 악연도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한 중견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몇 달 전 신입 공채 기간에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그가 군대 시절 중대장으로 모셨던 이모 중위였다. 이씨는 얼마 전 전역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지인을 통해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에 김씨가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살가운(?) 안부 메일을 보낸 것.
그러나 김씨에게 이씨는 ‘다시 엮이고 싶지 않은 악연’의 인물이었다. “때리지만 않았지 잦은 야근과 폭언, 사적인 심부름으로 얼마나 괴롭혔는지 모른다”는 게 김씨의 회고다. 김씨는 이씨에게 지극히 사무적이고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는 식으로 대응했다.
사내 연애 득일까 독일까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는 4년차 직장인 배모씨(30)는 2년 전 ‘독사과’를 물었다. 그는 당시 입사 동기인 이모씨(32)와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연애한다는 것, 꽤나 달콤했다. 그런데 사랑이 변했다. 배씨의 눈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남자 후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 이씨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했지만 배씨는 떠나버렸다. 배씨는 남자 후배와 자연스럽게 사귀고 속도위반으로 결혼까지 했다. 사내부부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남편은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문제는 올초 인사발령에서 터졌다. 배씨와 이씨의 과거 교제사실을 몰랐던 회사가 둘을 한 팀에 발령내 버렸다. 배씨는 “계속 불편해한다는 것을 팀장이 알고 다행히 얼마 전 다시 다른 팀으로 옮겨줬다”며 “옛 남친과의 동거는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고 털어놨다.
광화문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조모씨는 지금도 입사 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고등학교 시절 앙숙인 박모씨가 2년 위 직속 선배로 있었기 때문. 조씨는 고교 시절 한 학년 높은 남학생을 짝사랑했다. 그는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못하는 게 없는 엄친아로 여학생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 박씨도 그 멤버 중 하나였다. 같은 반이었던 둘은 서로 남학생에 대한 마음이 같다는 걸 알게 됐고 마치 경쟁자가 된 것 마냥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조씨는 상사 박씨와의 어색한 사이를 풀기 위해 ‘소개팅 유화법’을 쓰고 있다. 주변 괜찮은 남자를 모조리 물색해 계속 박씨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원치 않은 인연 때문에 자신의 업무까지 바꿔버린 이도 있다. 국내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 이모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3년간 애착을 갖고 분석했던 업종을 최근 바꿨다. 그의 팀장으로 경쟁사 정모씨가 영입된 게 이유였다.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큰돈을 굴리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주문을 따오는 것이다. 한 푼이라도 주문을 더 받기 위해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 경쟁이 치열하다. 두 사람은 경쟁사의 라이벌 관계였다. 라이벌을 팀장으로 모시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이씨는 결국 자신이 자리를 피하는 방법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정리했다.
김인선/박수진/안정락/황정수/김은정/김대훈/임현우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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