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27] "인디야! 만들고, 영감받고, 놀아라"

입력 2014-09-16 00:06   수정 2014-09-16 00:15

<p>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27. 김종화 '메이커 페어와 인디케이드'</p> <p>한국에서는 추석이 막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점, 별로 가을이라는 계절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LA의 지금쯤 랍스터페스티벌 외에 필자에게 떠오르는 행사가 있다. 바로 '국제독립게임 페스티벌' 인디케이드(INDIECADE)이다. 지금은 IGF(Independent Games Festival)와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독립게임 공모전에 손꼽히지만 시작은 초라했다. 어떤 면으로는 비교되는 행사들에 공모전에 비해 아직까지도 그렇다.</p> <p>국제독립게임페스티벌이라니 뭔가 거창하게 들리는 감이 있다. 하지만 혹시나 당신이 참가를 생각하면서 화려한 시상식이, 멋들어진 부스, 미디어의 관심과 상업적 파급력 등을 기대했다면 비행기 티켓값이 좀 아까울 수도 있다. 그대신, 그러한 기대를 일단 제쳐두고 그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고자 한다면,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3년간 인디케이드를 참여해오며 발견한 점을 미국의 메이커 페어와 비교하며 얘기해보려고 한다.</p> <p>■ 메이커 컬처의 중심 메이커 페어(Maker Faire)
한국에서도 2012년에 처음 시작하여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 메이커 페어는,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개최된 행사다. 필자는 2012년, 우연한 기회에 메이커 페어에 참여했다. 필자의 유학 생활 중 아주 인상적인 경험 중 하나가 되었다.</p> <p>메이커 페어는 무언가를 궁리하여 만들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축제다. 나이, 직업 등에 관계없이 만들기에 대한 열정과 상상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자신들의 작품, 발명품을 보여주고 체험해보는 페스티벌이다.</p> <p>전시되는 것들의 종류는 직접 만든 로봇에서부터 음악에 따라 춤추는 테슬라 코일(Tesla Coil), 덤프트럭을 개조한 불을 뿜어대는 용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설치예술 작품, DIY 3D 가상현실 기기, 미니어처 기차, DIY 잠수정, 종이접기로 만든 거대한 도시, 스팀펑크 총과 의상,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컵케이크, 실제 사이즈의 로봇 기린 등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창작물의 향연이 이틀간 펼쳐진다.

불 뿜는 용 트럭(위)과 컵케이크 라이더.
DIY잠수정(위)과 종이접기로 만든 도시.
작품들을 보고 체험하면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딱히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엉뚱하고 멋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쓸모를 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즐거움에 가득 찬 메이커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딱히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어렵다.</p> <p>만드는 과정의 즐거움과 서로의 작품을 나누는 것 자체가 가장 순수한 창작의 즐거움이자 자기표현이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서 뭔가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결과물이 조악하고 '쓸모'가 없을지라도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종종 정말 참신한 발명품이 나오기도 한다.</p> <p>필자는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며 순수한 창의적 에너지를 느꼈다. 소위 '잉여력'을 건전하게 발산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토양이 있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고 부러웠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자칫 볼품 없어 보일 수 있는 인디케이드가 다르게 보이게 되었다.</p> <p>■ 만들고, 영감을 받고, 즐겁게 노는 게임 크리에이터의 축제
인디케이드는 2006년 슬램댄스영화제의 일부로 열렸던 슬램댄스 게릴라 게임 공모전(SlamdanceGuerilla GamesCompetition)이 전신쯤이었던 행사다. 당시 컬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하여 논쟁적인 게임이었던 슈퍼 컬럼바인 대학살(Super Columbine Massacre)이 주최측의 압박으로 선정작에서 제외되고 이에 대한 반발로 행사가 취소된 후, 공모전의 기획자였던 샘 로버츠(Sam Roberts)에 의해 독립적으로 시작한 공모전이다.</p> <p>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의 전시 중 일부로 시작했다가, 조금씩 스폰서를 받아가며 LA 근교의 커버시티(Culver City)의 광장과 건물들을 빌려 전시하는 독립게임 페스티벌로서의 현재 모습까지 오게 되었다.</p> <p>CMP group에 속해 게임개발자회의(GDC - Game Developers Conference)의 연례 행사로 자리잡은 IGF와는 다른, 정말 인디스럽게 커온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다.</p> <p>하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매우 소박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시의 협조로 오래된 건물을 빌리거나 광장에서 텐트를 쳐 강연을 하고, 소방서를 빌려서 게임을 전시한다. 대부분의 행사 진행자 및 도우미는 매년 모집하는 자원 봉사자로 꾸려지기 때문에 운영이 미숙한 점도 있다.</p> <p>하지만 인디케이드에는 마치 메이커 페어에서처럼 즐거움과 창의적 에너지가 넘친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빅 게임이 펼쳐지고, 게임 개발자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까지 게임에 참여하거나 전시작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되는 게임들 또한 여타 독립 게임 공모전보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p> <p>게임인지 아닌지, 예술인지 똥인지 모를, 플레이어를 당혹시키는 게임(?)들도 종종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는 그곳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대신, 그저 게임을 플레이하고, 제작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p> <p>이런 분위기는 행사 며칠째 밤에 열리는 나이트 게임(Night Game)에서 정점을 찍는다. 나이트 게임은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스펙터클이 있는 게임, 파티 게임, 인터랙티브퍼포먼스, 설치 게임, 19금 게임 등 밤에 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거나 밤에 해야만 하는 게임들을 별도로 선별하여 맥주파티와 함께 야외에서 전시하는 인기 공개 세션이다.</p> <p>하지만 사실 매우 특수한 셋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업성은 생각하기 어려운 약 4시간밖에 되지 않는 이벤트를 위해 참가자들이 준비한 게임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soundodgerLIVE-http://www.youtube.com/watch?v=bXnWLkgiROo>
</p> <p>soundodgerLIVE는 PC출시된 기반의 총알지옥(Bullet Hell)류 게임 soundodger를 키넥트와프로젝터를 적용한 스핀오프 버전이다. 화면 상의 마우스커서 대신, 땅 위에서 몸을 움직이도록 바꾼 것인 이 게임은 몸치도 춤추게 만드는 놀라운 마법을 부려 하는 이뿐만 아니라 보는 이도 즐겁게 해준다.

<JohannSebastianJoust-https://vimeo.com/31946199#at=0>
</p> <p>IGF에서 혁신상(Innovation Award)를 수상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던 게임 JOUST역시 나이트 게임에서 빠질 수 없다. JOUST는 말하자면 촛불을 든 플레이어가 다른 사람의 촛불을 꺼뜨리는 토너먼트 게임이다. 실제 촛불 대신 형형색색의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컨트롤러를 들었고, 컨트롤러의 진동 정도로 촛불이 꺼지는 것을 감지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하는 바흐의 음악에 따라 컨트롤러의 진동 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음악의 템포에 따라 게임플레이도 다이내믹하게 변화한다.

<Renga - https://vimeo.com/31617927>
Renga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거대 프로젝터와 100개의 레이저 포인터를 든 100명의 플레이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만 플레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플레이어는 레이저 포인터를 거대 스크린에 쏴서 플레이어의 기지로 몰려오는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00명의 플레이어는 마치 개미의 군집처럼 한몸으로 행동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최후의 보스를 물리쳤을 때 플레이어들과 관객들의 환호성은 마치 지구라도 구한 것 같았다.</p> <p>필자는 인디케이드 기간 동안 이런 분위기 속에 빠져 있으면서 메이커 페어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순수한 창의적 에너지, 노는 것 자체로의 목적성. 만약 만들고 플레이 하는 자체의 즐거움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많은 잣대들을 가지고 재단했다면 과연 이런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었을까?</p> <p>'만들고, 영감을 받고, 놀아라(Create Inspire Play)'는 인디케이드의 슬로건이자 인디케이드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창작 분야든지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게임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메이커이기 때문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김종화 객원기자 ambitiousk@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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