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회장에 인사·예산권 집중해야 조직 일사불란"

입력 2014-09-18 22:01   수정 2014-09-19 03:46

KB사태 재발 막자 (3) 지배구조를 손봐라

사사건건 부딪치는 수뇌부
"회장 의지대로 행장 뽑아야 갈등 줄고 일관된 경영 가능"

"임기 끝나는 시점 달리해야"



[ 김일규 기자 ] KB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이란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잠복한 갈등관계가 주전산기 교체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관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우선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게 하는 구조가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 사람에게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도록 함으로써 갈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 취지다. 지주사 회장과 행장 간 갈등이 반복됐던 우리금융도 황영기 전 회장 겸 행장, 이순우 현 회장 겸 행장처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고 있을 때 갈등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LIG손해보험까지 인수한 KB금융의 경우 비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회장 겸 행장이 다른 계열사까지 관리하는 것은 벅찰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 추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회장과 행장을 지금처럼 따로 두되, 둘 사이의 갈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회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을 집중시켜 은행장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자리 잡혀야 구성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포함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확실히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KB금융도 은행장 인사권을 회장이 갖고 있다. 하지만 선임과정에서 ‘외부의 힘’이 작용하다 보니 ‘무늬만 인사권자’로 전락한 상태다. 회장을 뽑는 사람이 따로 있고, 행장을 뽑는 사람이 따로 있다. 더욱이 두 사람의 임기도 3년으로 같다. 선임 시기도 비슷하다. 행장 임기가 끝날 때쯤 회장 임기도 만료된다. 행장의 연임을 결정할 권한조차 회장에게 없다. 행장이 회장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는 구조다. 한 전직 행장은 “회장이 자신을 뽑아줬다면 행장이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장과 행장의 임기 구조를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회장과 행장의 임기가 달라 회장이 행장을 선임하는 구조를 갖췄다. 하나금융은 회장 임기는 3년으로 둔 상태에서 행장의 첫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년씩 연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행장이 연임을 위해선 회장에게 맞설 수 없는 구조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회장의 계열사 CEO에 대한 인사권을 강화하되, 경영은 철저히 계열사 CEO에게 맡기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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