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만원 '1인 保安시대'] 싱글族 늘며 "내 안전은 내가"

입력 2014-09-19 22:10  

커버스토리

맞벌이·고령층 중심 가정 보안시장 커져…잠재고객 800만 가구
에스원 '안심폰' 서비스, 1년 만에 5만여명 가입
얼굴인식 시스템 나오고 건물 운영관리까지 관여



[ 김정은 기자 ]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사장은 “보안업체 직원이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는 국가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라며 “특히 한국은 보안 서비스가 유달리 잘 갖춰진 곳”이라고 말했다. 안전요원들의 빠른 현장 출동, 촘촘하게 갖춰진 정보통신망, 아이나 노인의 안전을 직접 챙기려는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보안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보안은 생존에 필수이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헬스케어, 에너지 관리,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과 결합해 영역을 확대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잠재 이용자 800만가구

보안 산업은 사람이나 건물 등을 지키는 물리보안, 컴퓨터나 네트워크 등에서 해킹과 싸우는 정보보안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보안은 주택이나 상가 등에 침입하는 도둑을 막거나 노인 아이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정보보안은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 누출이나 피싱 등 각종 사기범죄와 싸우는 일을 한다.

보안 수요가 최근 들어 늘어나는 이유는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빌딩이나 고가 주택에만 설치하던 보안 시스템이 개인별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저렴한 보안 서비스가 많이 나온 것도 보안 서비스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싱글족과 맞벌이 가구, 고령층을 중심으로 가정용 시장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국 1700만여가구 가운데 잠재 이용자가 80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본다.

얼굴인식 서비스도 등장

에스원의 ‘안심폰’ 서비스는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이미 5만3000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위협을 느낀 사람이 안심폰 호출 버튼을 누르면 안전요원이 현장에 도착한다. 여기에다 건강상담, 진료예약 같은 건강 서비스까지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윤진혁 에스원 사장은 “그동안 상업용 보안 서비스를 주로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가정과 개인에 필요한 ‘생활 속 안심 서비스’를 제공해 영역을 넓혀가겠다”며 “종합보안회사로서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집 밖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가스밸브를 잠그거나 전기를 끊는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보안 서비스 업체도 늘고 있다. 가격은 서비스 종류에 따라 1만원대부터 5만원대까지 다양하다.


SF영화에서 봐왔던 얼굴인식 서비스도 최근 등장했다. KT텔레캅의 ‘페이스캅’은 얼굴을 6000개의 셀로 구분해 개인별 얼굴 특징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뒤 저장한다. 처음 인식한 뒤 변화되는 얼굴값을 자동 학습해 안경을 쓰거나 수염을 붙여도 알아차린다. 이 서비스는 연구소 통제구역처럼 높은 보안 수준이 요구되는 시설에서 각광받고 있다. 대리인증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출입카드가 필요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차량관제 등에서도 보안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에스원이 2012년 선보인 차량관제서비스인 ‘UVIS’는 화물차나 버스에 프로그램을 장착해 실시간으로 차량 위치와 운행 상태, 주행거리 등을 확인한다. 최근 렌터카와 법인차량용 서비스, 산업폐기물 등 위험물질 차량에 대한 운행관리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회사가 새로 시작한 ‘건물관리 사업’은 건물 부지 개발부터 건설 매각 매입 운영관리까지 건물의 ‘라이프사이클’ 모든 단계에 관여한다.

사생활 노출·서비스 질 하락 우려도

보안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동소이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고르는 기준은 안전요원 수와 출동차량 수다. 출동차량이 많으면 적은 차량을 보유한 회사보다 안전요원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짧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원 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안전요원 출동이 늦어지거나 과잉 행동을 하는 등 문제도 종종 생긴다. 사생활 침해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폐쇄회로(CC)TV 등 보안 서비스에 쓰이는 카메라가 범죄를 예방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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