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주자가 '룰' 정해 …全大 갈등 커질 수도
[ 손성태 기자 ]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당내 주요 계파 수장들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계파 수장들을 끌어들여 현안 해결에 책임을 지우겠다는 뜻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주요 주주’에게 직접 당 재건 작업을 맡긴다는 취지나 ‘계파 나눠먹기’로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위원장은 이날 정세균 박지원 문재인 인재근 의원 등 4명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여한다. 전직 대표를 맡았던 김한길·안철수 의원은 문 위원장의 권유에도 비대위 참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임된 비대위원들은 내년 초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대표 등 지도부 선출) 때까지 내홍을 겪는 당의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전대 경선 룰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비대위원은 새정치연합 내 중량감이 있고 당내 지분을 갖고 있는 계파 ‘대주주’들로 구성됐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무현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정 의원은 범친노계로 분류되지만 당내 독자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인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부인으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486의 당내 지분을 고려한 것이다. 박 의원은 DJ(김대중)계 직계 의원으로 호남과 옛 민주계를 대표한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전대 준비와 당 혁신을 힘있고 책임있게 추진할 지도급 인사로 비대위를 구성한 것”이라며 “공정성의 원칙을 토대로 최대한 빠르게 당을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인사 영입은 없었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실패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데다 외부 인사로는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 위원장의 판단 때문이다.
비대위에 주요 계파 수장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전대에 출마할 후보들이 직접 ‘경기 규칙’을 정하고, 계파별로 지역위원장을 배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비주류 측 한 의원은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낸 인사들이 비대위를 꾸리는 것은 선수가 심판이 되겠다는 것과 같다”며 “당을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내년 전당대회 참여 의사를 밝힌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전대 룰을 놓고 각자의 ‘대리인’을 내세워 신경전을 벌일 바에야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규칙을 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대위 구성에서 배제된 중도-온건파가 반발하면서 당내 분란의 또 다른 불씨도 되고 있다.
이번 비대위의 1차적 성공 여부는 친노와 범친노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 등에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달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파 연합체에 불과한 새정치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며 “간신히 물리적으로 결합한 비대위에 화학적 결합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22일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비대위 체제 가동에 본격 들어갈 계획이다. 조만간 당 혁신 및 전당대회 준비를 전담할 기구도 발족할 예정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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