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990년대의 오락실 풍경은 이전의 80년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80년대의 오락실이 대부분 슈팅이나 아케이드 게임들 위주였다. 이에 비해 90년대는 혜성처럼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대전 액션 격투 게임으로 마치 콜로세움과도 같은 혈투가 이어지는 남자들의 땀 냄새 흥건한 마치 격투장과도 같은 분위기였다.</p> <p>어느 오락실은 아예 '스파'로만 기계를 들여놓고 예의상 '테트리스' 1대 정도라든가 '라이덴'이나 '스트라이크 1945' 같은 슈팅 게임을 구색 갖추기 식으로 들여놓았던 곳들도 많았다. 확실히 대전 액션 격투 게임이 동전의 효용가치가 급속이 떨어졌고 전문용어로 '테이블 회전'이 빨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 앉으면 최소 5분 10분 중수 이상이면 그 이상도 즐길 수 있었던 기존 게임에 비해 대전 게임들은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패자는 길어야 5분을 못 버티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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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아성에 도전하라!</p> <p>아마도 이때가 오락실의 황금기가 아니었다 싶다. 지금은 전국의 오락실이 몇 개나 있는지도 모르겠고 동네에 오락실이 어디 있는지 찾기조차 너무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정신만은 대형 극장에 휴게실 정도에 남아서 이어져오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필자로서는 추억의 '청소년 지능계발 오락실 스피릿'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지만, PC방이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세상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다.</p> <p>가끔 시내에 '4D 체험장'이니 해서 이름만 바뀐 예전의 오락실 같은 곳들이 있지만, 대부분 리듬 게임이나 농구 게임 아니면 엄청나게 비싼 체험 게임들 위주이고 구석이나 중앙에 초라하게 오락 기계 몇 대만이 놓여져 있고 그나마도 대부분 '철권' 시리즈이거나 '스트라이크 1945' 정도의 게임만 볼 수 있을 뿐이다.</p> <p>지금은 예전만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1980~90년대의 오락실은 동네 노는 형들의 사교의 장이기도 했거니와 남녀노소 직위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실력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필자도 필자보다 3살이나 어린 동생을 사부로 모시면서 게임들의 공략을 배우기도 했다.</p> <p>그런 분위기가 더더욱 고조되면서 절정에 이른 것은 오락실에 대전 격투 게임들이 등장한 시기이다. 여기에는 인생의 경력이나 사회적인 신분이나 재산, 명예나 직위 등 어느 것도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주어진 몇 개의 버튼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며 짧으면 십 초 단위 길어야 분 단위에 결판이 지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인생 총 집약적인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치열한 현장이었다.</p> <p>물론, 나이보다 한참 어린 놈들(?)에게 비록 가상이기는 하지만 두들겨 맞고 KO패 당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고 현실과 동의되어 그 분을 이기지 못하고 현실 세계의 격투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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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자식 나이도 어린 놈이! 한 대 맞아야 되겠다!] |
</p> <p>■ 1992년 신흥강호 '용호의 권' 등장 '아류는 사양한다!'
온 동네가, 아니 정확히는 온 동네들이 모여 있는 전국이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에 열중하고 사나이들의 피 끓는 격투가 이어지는 나날이 계속되고 이것이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까지 이어지자 게임 세상의 업계 라이벌들이 두 눈 뜨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p> <p>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대전 액션 게임을 출시했지만 대부분 소리도 없이 사라지거나 극소수의 마니아만 형성하고 그 정도의 의미를 간직하고 곧 다가올 기계회수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게임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와중에 신흥 강호가 새롭게 등장하였으니 지금은 격투 게임의 명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SNK가 개발한 '용호의 권'이라는 게임이다. 영문이름은 'Art of Fighting'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어느 이름으로나 멋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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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의 아성에 도전해볼까?] |
이 게임은 1992년 출시했으니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이야기이다. 그쯤에 한국에는 홍콩 영화들이 인기가 많았다. 주윤발 형님이나 홍금보, 성룡, 임청하, 구숙정, 이연걸 등의 인기스타는 그때 최고의 절정기였다. 그 당시 홍콩 영화들은 무협영화나 액션 영화들이 많았는데 영화 제목 중에는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등의 '용호난투' 라던가 하는 식의 제목이 많아서 게임 이름 '용호의 권'은 시기적으로 정서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멋진 이름이었다.</p> <p>게다가 한국은 정서적으로 용과 호랑이를 신성시하고 각종 군용 장비나 부대 이름 중에는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거나 자랑하고 싶은 곳에 어김없이 '용'이나 '호랑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이 게임의 특징 중에 하나는 기존의 대전 게임들이 '닥치고 공격' 이라는 느낌이었다면, '용호의 권'은 비록 다른 대전 격투 액션 게임의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게임의 전개는 정해진 스토리가 주어져 있어서 일종의 스토리 진행형 대전 격투 액션 게임이라는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것은 그 당시 유행하던 홍콩의 액션 영화들의 스토리와도 많이 닮아 있다. 또한 격투 끝에 옷이 찢어진다든가 하는 등의.. ('KING'이 여자였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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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옷이.. 그렇게 잠들면 감기 걸려!] |
하지만, 이 게임이 처음 오락실에 등장했을 때만해도 '아 스파아류작 또 하나 나왔네..'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스파'에 대기열이 길어서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고 딱히 할만한 게임은 없고 해서 한 판 해보고 나면 이 게임에는 '스파'와는 차별화된 재미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p> <p>'용호의 권' 게임은 여러모로 기존의 다른 대전 액션 게임들에 비해 독창적인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SNK'자체에서도 애써 만든 게임이 단순히 '스파아류작' 정도로 인식 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격투 중에 줌 인(Zoom in), 줌 아웃(Zoom out) 기능이다. 이 기능은 기존의 게임들에 비해 보다 더 시각적으로 몰입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했는데 지금이야 이런 기능이 손 안에 휴대폰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현 가능한 기능이지만, 이 게임은 22년전에 개발 된 게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p> <p>또한 '기력'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특수 공격을 할 때 사용하는 '기력 게이지' 관리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엇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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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메가 쇼크!] |
그 당시에는 하드웨어의 제한적인 기능으로 이런 기능을 쉽게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고 그 당시 오락실의 인기 게임들이 가정용 콘솔 게임으로 이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용호의 권' 게임이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이나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로 이식될 때에도 이런 화면 확대 축소 기능은 시스템의 한계로 지원되지 않았을 정도이다.</p> <p>그 당시 '슈퍼 패미컴'이 하드웨적인 회전, 확대, 축소 기능을 지원한다 하여 난리가 났고 그 기능을 십분 활용한 '파이널 판타지 5'의 오프닝 장면도 화제가 되었지만, 그런 게임기들도 결국 '용호의 권'을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했었나 보다. 참고로 그 당시 '슈퍼패미컴'으로 이식된 '스트리트 파이터'가 16메가 비트였고, 같은 기종으로 이식 된 '용호의 권'은 100 메가 비트였다(그래서 자주 '100메가'라는 단어를 광고에 사용하기도 했었다).</p> <p>■ SNK의 '3편의 저주' 이번에도...'철권'과 '버파' 등장
1992년 '용호의 권' 1편이 출시된 이후 2년마다 꾸준히 새로운 후속작을 내놓았는데, 1994년에 2편이 출시되었고, 1996년에 외전격인 3번째 시리즈가 출시되었다. 이 게임에 'SNK'가 들인 공은 어마어마했는데, 이미 '아랑전설'의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고심하던 그들은 결국 최고의 제품은 최고만이 만들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진리인 사실을 인정하고 '스트리트 파이터' 개발진을 알게 모르게 대거 영입했던 것이다. 그렇게 1편에 흥행의 자신으로 2편을 기획하고 2편 역시 출시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p> <p>하지만, 이상하게도 'SNK'는 3편에 인연이 없는지 'SNK'의 이상한 공식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3편의 저주 공식이다. '1편 흥행 -> 2편 대박 -> 3편 패망'의 'SNK'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을 공식이 존재하는 것이다(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긴 하다). 이건 영화에도 그대로 등장하는데 3편 이후까지 꾸준히 성공하는 영화도 있지만, 많은 영화들이 3편쯤에 가서는 거의 망작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아마도 1편 2편에 연이은 성공으로 3편쯤에 가서는 초심을 잃고 뭔가 더 새롭고 자극적인 무언가를 갈구하다 보니 욕심에 눈이 어두워 사리분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때가 그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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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사건이 시작되는 가족 사진..] |
시리즈 1편만 해도 캐릭터를 선택하는데 제한적인 요소가 있어서 많은 유저들이 불만이었지만, 그 자체가 게임을 이끌어가는 스토리의 기획적인 요소에 맞물리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용호의 권'에 처음 도입되어 많은 환영을 받은 '줌인-줌아웃-줌인' 시스템으로 보다 더 격렬하고 호쾌한 액션 장면을 연출 할 수 있게 되었다.</p> <p>그리고 초필살기 한 번 날려보려고 책상에 구멍 뚫고 그 구멍에 볼펜을 집어넣은 후 책상에 버튼을 그려놓고 초필살기 연습을 해본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 당시 하루 종일 연습해도 잘 안 나가던 초필살기 중에 '용호난무'가 있었는데, 초필살기 용호난무 커맨드 :←↙↓↘→↘↓↙←+C+A이다. 이런 초필살기 연습은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 등장한 '철권' 에서 연속공격(콤보)을 연습하는 것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p> <p>이렇게 1편 이루 2편까지 크게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3편이 나올 시기에는 이미 세상은 3D를 향해 달려가던 시기였고 실제로 '용호의 권' 3편(외전)이 출시된 1996년에는 그 해 9월에 '버추어 파이터 3'가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p> <p>그 때까지는 하드웨어의 제약으로 매끄러운 3D 화면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튀는 폴리곤으로 인해 '깍두기' 라는 오명으로 그저 신기한 게임 정도로만 인식되던 3D 대전 액션 게임이'이 정도면 할만하다.'를 뛰어 넘어 이게 정말 게임의 그래픽인가? 하는 경악스러운 화면을 보여주면서 정점을 찍은 시기이기도 하다.</p> <p>이때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 3'는 인류 역사상 가장 역사적인 발명품으로 인정받아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되기도 하였다. 1997년에 대학 1학년이었던 필자는 학교 앞 오락실에 '버추어 파이터 3'에 푹 빠져 살았다. 그 당시 한 판에 3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이 소요 되었다. 지금 게임들도 한 판에 500원 정도 한다고 할 때 무려 20세기에 등장한 게임이 한 판에 300원이라는 것은 대학생이었던 필자조차도 자금을 충당하기에 매우 버거운 것이었다.</p> <p>하루에도 수십 판 이상씩 게임을 즐기던 필자와 필자의 친구 둘은 항상 자금난에 허덕여야 했다. 그 당시 밥 먹을 돈 까지 모두 게임기에 투입해버려서 살아오면서 제일 배고픈 시기이기도 했다(그때 같이 버파3에 미쳐있던 친구 둘은 현재까지도 제일 친한 친구로 남아있다). 참고로 필자의 주 캐릭터는 '사라 브라이언트'이고, 친구 두 명은 각각 '아오이', '재키브라이언트' 이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이때 오락실 주인들이 차를 새로 바꿨다든가 새로 차를 뽑았다던가 하는 등의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p> <p>이렇게 세상이 3D로 바뀌어 가고 '철권' 과 '버파' 시리즈가 대전 액션 게임의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 1997년쯤의 일이다. 여러모로 '용호의 권' 3편은 독자생존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었고, 어찌 보면 '운이 없었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1편, 2편에서 보여줬던 'SNK'만의 패기와 열정이 사라져 보였던 것도 패망의 원인이다.
■ 필자의 잡소리
한때 오락실에 한 축을 담당하고 세상을 지배했던 '스트리트 파이터'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용호의 권'이라는 게임도 이제는 서서히 잊혀져 가고 기억하는 사람들만이 즐기고 추억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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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주인공들] |
그래도 '스트리트 파이터'는 아직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출시되기도 하고 카드 게임이나 캐릭터 사업 등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죽었지만..) '용호의 권'은 조금 더 다양한 모습으로 선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p> <p>납치된 여동생을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두 친구 '료사카자키 (일본)'와 '로버트가르시아(이탈리아)' 는 게임의 설정상 1957년생으로 동갑내기다. 지금은 둘 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그래도 '리 페이롱'보다는 아직 현역으로 뛸만한 나이다. '리 페이롱'은 1912년 생으로 이제 100살이 넘은 캐릭터다.</p> <p>누구도 넘보지 못 할 것 같았던 '스파'의 아성에 도전하며 세상을 주름잡고 있던 최고의 기준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으로 또 하나의 최고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게임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명작 게임'용호의 권'을 보면서 현재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각종 아류작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비록 최근에는 '아류작'이라는 말보다는 '카피캣'이라는 말로 바뀌긴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p> <p>참고 :'카피캣(Copycat)'이라는 말은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비하하는 용어로 2012년 3월 '스티브잡스'의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장에서
삼성전자, 구글, 모토로라를 빗대어 '카피캣'이라고 비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p>
[게임별곡 66]
손오공이 등장하는 게임 '서유항마록'
[게임별곡 67] 불멸의 명작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별곡 68] 원작 '뉴 랠리-X'이름보다 '방구차' 유명
[게임별곡 69] 초기 체감형 자동차 게임 '아웃런'
[게임별곡 70] 바람난 비행 시뮬레이션 '
SKY C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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