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山] 주자이거우의 五色 교토의 단풍 빠져볼까

입력 2014-09-22 07:00  

[ 김명상 기자 ]
가을 한·중·일 山國志

장자제 내부의 또 다른 풍경구인 위안자제는 방문객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명소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행성 판도라의 모습은 위안자제의 비경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기이한 형태의 봉우리가 모인 위안자제에 안개가 끼어 절벽 아래가 보이지 않을 때면 영화 아바타에 등장했던 공중산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주자이거우의 물

세상의 푸른색 보석을 모조리 꺼내 합쳐도 쓰촨성에 있는 주자이거우(九寨溝)의 오묘한 물빛을 넘어서기란 어려울지 모른다. 오색찬란한 물의 색감만으로 지상에 선계(仙界)를 재현한 듯한 주자이거우구는 동화 세계, 인간 선경 등으로 불리는 중국 관광의 명소다. 주자이거우 안에는 크고 작은 호수 114개, 17개의 폭포군, 11개의 급류 등이 있다. 특히 가을에는 불타듯 물든 붉은 단풍이 에메랄드색 물에 비치는 장면을 보려는 사람들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다.

면적이 720㎢에 달하는 주자이거우는 워낙 넓어서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곳은 우화하이(五花海)다. 우화하이는 Y자 모양을 하고 있는 주자이거우에서 오른쪽 계곡(日則溝·르쩌거우) 상류 부분에 있다. 우화하이의 물은 주자이거우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에메랄드색과 남색, 녹색 등을 띠며 정신을 어지럽힐 만큼 아름답다. 산맥에서 흘러든 석회석 성분이 호수 바닥에 쌓여 묘한 빛깔을 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보는 각도와 태양의 움직임 등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풍부한 석회질 때문에 호수 속에 잠긴 나무가 썩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주자이거우는 다니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간 뒤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곳곳에 있는 호수를 보기 때문이다. 다만 해발 1980~3100m에 있는 만큼 사람에 따라 고산증세가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웅장한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황산

안후이성 남동부에 있는 황산(黃山)은 주자이거우와 함께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산이다. ‘황산을 보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주자이거우를 보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장자제가 기기묘묘한 매력으로 관광객을 홀리는 여성적 매력을 갖고 있다면 황산은 장엄하고 웅장한 산세로 남성적인 강함을 내보인다. 남북 40㎞, 동서 30㎞, 둘레 250㎞에 달하는 황산의 거대한 크기도 관광객을 압도하는 부분. 그러나 도끼로 장작을 팬 듯 깎아지른 절벽과 여기저기 솟은 기암괴석을 구름과 안개가 감쌀 때면 더없이 부드러운 동양화 속의 한 장면으로 바뀐다.

황산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서해대협곡은 황산 관광의 하이라이트다. 황산의 24협곡 중 가장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연중 절반 이상이 구름에 덮여 있어서 산봉우리들이 운해(雲海)에 둥둥 떠 있는 듯하다. 5㎞ 정도의 하산 코스인 서해대협곡은 지난해 7월 모노레일이 개통되면서 다녀오기가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산세가 험하고 가파르므로 걷는 동안 내내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섬세하고 웅장한 일본의 산을 만나다

가을 산행에 어울리는 명소는 일본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해발 3000m급 고봉부터 낮지만 절경으로 이름 높은 산까지 두루 갖춘 것이 매력.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본격적인 산행보다는 가을 분위기에 살짝 젖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알맞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일본의 지붕’으로 불리는 북알프스는 일본 혼슈 중북부의 도야마, 나가노, 기후현에 걸쳐 뻗어 있다. 안에는 다테야마(立山) 등 해발 3000m가 넘는 고봉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데 높은 산과 협곡이 어우러진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북알프스라 부른다. 북알프스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코스는 험한 산길을 통과하는 산악관광 구간으로 길이는 약 86㎞. 케이블카, 트롤리버스, 무궤도 전차, 로프웨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횡단한다.

다테야마 알펜루트 코스에서 해발 2500m에 자리한 무로도를 정점으로 하산길이 이어진다. 해발 2316m에 있는 다이칸보역의 옥상 전망대에서 북알프스와 구로베댐이 만드는 조화를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만년설이 쌓인 산과 코발트빛 호수의 조화는 삶의 찌든 때마저 벗겨낼 만큼 상쾌하다. 해발 1500m에 건설된 구로베댐은 높이가 186m에 이른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산과 댐에서 쏟아져 내리는 압도적인 물줄기가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도야마에는 다테야마 알펜루트 코스만큼이나 유명한 구로베 협곡이 있다. 깎아지른 절벽과 계곡의 물, 붉은 단풍의 조화가 관광객의 찬탄을 끊이지 않게 한다. 일본 최대 규모의 V자형 협곡으로, 토롯코(트럭의 일본식 발음) 열차를 타고 관광한다. 열차는 1963년 완공된 구로베댐을 건설하기 위해 놓은 산악철도로 후에 관광열차로 바뀌었다. 토롯코 열차는 우나즈키역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게야키다이라역까지 41개의 터널과 21개의 다리를 지난다. 깊은 협곡을 누비는 열차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과 바람이라도 불면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단풍에 불타는 교토를 아라시야마에서

삼면이 산에 둘러싸인 교토에는 10월 하순부터 단풍이 진다. 고풍스러운 교토가 타오를 듯한 단풍에 뒤덮일 때면 선명한 빛의 대비가 나타나 감흥을 더한다. 교토 북서쪽에 자리한 해발 375m의 아라시야마(嵐山)는 고색창연한 교토에서도 제일의 단풍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을 가진 ‘도게쓰교(渡月橋)’는 아라시야마의 단풍 감상을 위한 최고의 포인트다. 강물에 비친 붉은 산과 다리가 어우러지면 일본 에도시대에 유행했던 목판 풍속화인 우키요에(浮世畵)가 그대로 펼쳐진 듯한 풍경이 연출된다. 이 다리를 기준으로 상류는 호즈강, 하류는 가쓰라강으로 나뉜다. 호즈강에서는 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배를 타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원래 아라시야마는 헤이안시대 귀족이나 왕족의 별장이 지어지면서 휴양지로 만들어졌다. 당시 귀족들은 배를 띄워 시와 연주를 즐기며 연회를 열곤 했다. 지금도 호즈강에서는 관광용 뱃놀이를 할 수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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