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업계, "'동양시멘트+동양' 살 인수후보 없다. 시너지 적어"...연내 매각 물건너갈 듯
이 기사는 09월19일(11: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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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투자은행(IB)업계가 동양시멘트 매각 방식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어 매각이 당분간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동양시멘트와 ㈜동양을 함께 팔아야한다고 보고 있고 IB업계는 따로 팔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과 ㈜동양은 지난 4월 삼일 안진 삼정 등 3대 회계법인으로부터 동양시멘트 매각방안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았다. 당시 동양시멘트 매각 방식에 대해 △㈜동양의 레미콘사업부문과 분리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고 △매각 가치 극대화를 위해선 동양파일과 동양파워 매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착수하는 게 좋으며 △채권자 이익 보호를 위해선 구주 매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동양파워와 동양매직의 매각이 크게 흥행하고 예상초과수익금이 발생해 ㈜동양이 2023년까지 채권자에 갚아야할 변제대금을 조기에 갚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동양시멘트 매각 방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법원 “따로팔면 '주인없는 동양'우려”
법원은 동양시멘트를 단독으로 매각할 경우 “㈜동양의 정상적인 경영이 지속될 것인가”에 의문을 품고 기존 입장을 바꾼 상태다. ㈜동양과 동양시멘트를 한꺼번에 파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동양시멘트가 매각되면 ㈜동양은 채권자 변제대금을 조기에 다 갚게 됨에 따라 회생절차가 바로 종결된다. 문제는 출자전환 이후 90%이상의 지분이 개인주주로 구성돼 사실상 ‘국민 기업’이 돼 버린 ㈜동양이 회생절차 종결 후에도 뚜렷한 대주주가 없이 정상 경영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과거 1개였던 ㈜동양의 채권자단체도 현재 여러갈래로 나눠진데다 경영권 행사 과정에서 채권자 단체간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주주간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법원의 걱정거리다.
법원 관계자는 “자칫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회사가 다시 법정관리로 들어올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양은 섬유사업부인 한일합섬과 레미콘 등 건자재·산업설비·건설 등 4개 사업군으로 구성됐다.
동양시멘트를 따로 팔경우 동양시멘트는 7500억원의 채무가 있어 인수부담금은 8000억~9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동양시멘트 자회사인 동양파워와 동양파일 매각이 마무리되면 채무가 35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IB업계”인수후보자 없어 현실성 낮다“
법원과 달리 IB업계는 기존 입장대로 ㈜동양과 동양시멘트를 따로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과 동양시멘트간 시너지가 레미콘사업부를 제외하면 없는 데다 덩치가 너무 커져 인수자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양 내부의 4개 사업부인 섬유사업부(한일합섬), 산업설비, 레미콘, 건설 등 간의 시너지도 크지 않아 ㈜동양 자체를 한꺼번에 파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양측은 동양시멘트와 함께 매각할 경우 가치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IB업계는 동양시멘트 단독으로 팔 때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양시멘트를 따로 떼어 판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구주 매각 방식으로는 흥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동양시멘트를 ㈜동양과 함께 판다고 하면 살 인수후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동양시멘트를 먼저 팔고 나면 ㈜동양의 순자산가치도 3000억원대에서 5000억원 가까이 올라가고 ㈜동양 주가도 올라 결국 채권자들에게 이득이라는 것이 IB업계의 설명이다.
더구나 동양시멘트 매각이 늦춰질 경우 변제대금 마련이나 변제계획 이행이 내년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시멘트업계 전문가는 "현재 법정관리 상태인 동양시멘트의 매각 일정이 늦춰져 내년에 매각될 경우 가치가 더 떨어져 매각 가격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경우 ㈜동양의 변제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파워를 잘 매각해 올해 변제는 문제가 없지만 당장 내년부터 변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다.
◆"동양시멘트 신주 발행 방식 매각도 허용해야"
㈜동양은 채권자를 위한 조기 변제차원에서 동양시멘트 구주 매각 방식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역시 IB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 ㈜동양은 신주 발행을 허용할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동양의 주주가된 3만8000여명의 개인채권자들이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IB업계에선 단순히 지분 매각대금을 ㈜동양 주주에게 주는 것 보다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유상증자로 내부에 유보해야 하는 것이 매각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동양과 동양시멘트에 대해 각각 분식회계를 이유로 1년간 증권발행을 제한한 상태지만 이는 공모에 대해서만 제한을 한 것일 뿐, 사모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법정관리 전문가는 “IB업계는 채권 회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법원은 기업의 장기적인 경영정상화 측면을 보기 때문에 다소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법원과 IB업계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올해내 동양시멘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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